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36시간 숨소리 통화… 아빠는 하늘나라로…

미국뉴스 | | 2020-04-23 09:09:38

숨소리,통화,아빠,하늘나라,코로나,마지막전화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아빠, 우리 모두 듣고 있어요. 숨 쉬세요. 아빠가 숨쉬는 소리 들어야 해요”

숨이 멎은 듯 정적만 흘렀던 10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마침내 아버지의 얕은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전화기 너머 눈물만 삼키던 딸은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그렇게 아버지의 숨결을 느끼며 잠을 청했지만 그녀는 아이폰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36시간 동안 통화한 어데어 가족의 애절한 사연이 지난 21일 CNN과 USA투데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뉴욕 로체스터에 사는 애비 어데어 라인하트(41)가 코로나에 걸린 아버지 돈 어데어(76·은퇴 변호사)와 통화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일이었다. 겨우 5마일 떨어진 하이랜드 병원, 철저히 격리돼 가족의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 병상에 홀로 누워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아버지의 숨소리라도 들어야 했다.

돈 어데어는 지난 4일 집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열과 기침 증상,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었다. 평생 한번도 아프지 않았던 강철체력의 아버지였기에 그냥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의사로부터 증상이 심하지 않고 예후가 좋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별 걱정없이 종려주일을 보내는 중 간호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급작스럽게 악화되어 “폐렴이 왔고 정신이 혼미하다. 고통도 심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다”는 말 뒤로 간호사가 아버지의 귀에 전화기를 갖다 댔지만 돈 어데어는 듣기만 할 뿐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위중한 상태를 전해들은 그녀는 결정해야 했다. 아버지의 유언장을 꺼내들어 읽고 또 읽으면서 기도했고 아버지의 응답을 들었다. “인공호흡기, 투석, 심폐소생술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화장실에서 숨죽여 오열하던 애비는 “아빠 사랑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라는 말로 서른 시간이 훨씬 넘는 긴 통화를 시작했다. 간호사가 베개에 놓아준 전화기 사이로 들이쉬고 내쉬는 아버지의 숨소리가 백색소음처럼 일정하게 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거칠고 가래가 낀 듯한 숨소리로 바뀌었고 애비는 다른 가족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탐과 캐리, 덴마크에 사는 에밀리에게 컨퍼런스 콜을 했다. 전화기 앞에 모인 네 남매는 모두 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부르고 어린 시절 추억 보따리를 풀어냈다.

하루 그리고 반나절 동안 그들의 통화는 이어졌고 아버지의 숨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으면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몇 초의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순간은 없었다. “숨 쉬세요, 아빠. 우리는 아빠가 숨쉬는 소리라도 듣고 싶어요”

10분 만에 돌아온 아버지의 숨소리에 잠시나마 안도한 그녀는 모두에게 휴식을 취하자고 제안했다. “굿 나잇, 돈” 저녁 인사와 함께 모두 잠자리에 들었지만 누구하나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리고 자정 무렵 한 통의 전화를 받았고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났음을 직감했다.

그제서야 36시간에 걸친 통화에 종료 버튼을 누른 그녀는 “내가 느낀 공포는 이제껏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빠가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하은선 기자>

 

36시간 숨소리 통화… 아빠는 하늘나라로…
생전의 돈 어데어(왼쪽 두 번째부터)가 애비 어데어 등 자녀들과 함께 한 단란했던 모습. 애 < 비 어데어 제공/CNN 캡처>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모든 게 거짓말”… 40억대 사기 ‘가짜 삶’
“모든 게 거짓말”… 40억대 사기 ‘가짜 삶’

재미한인 ‘제니퍼 정’ 의사 사칭 영주권사기  “나는 고졸이고 언니는 의대 근처도 안 갔고…결국은 우리는 모든 게 거짓말로 온 거야.”지난 10일 한국에서 징역 9년과 징역 3년6

21일은 조지아주 예비선거일
21일은 조지아주 예비선거일

거주 지역 투표소에 가 투표해야 5월 21일은 조지아주 예비선거일(프라이머리)이다. 연방하원의원, 조지아 상원 및 하원의원, 카운티 선출직 및 판사, 카운티 교육위원 등을 선출할

인플레에 지친 소비자들…“지갑 닫아”
인플레에 지친 소비자들…“지갑 닫아”

4월 소매판매 0.3% 증가“시장 전망 하회해 정체”높은 개솔린 등 물가여파전자상거래 등 전 부문서 지난달 소매판매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직전 3월과 같은 수준을 기

식품·외식 가격 급등…“소ㆍ돼지 대신 닭고기”
식품·외식 가격 급등…“소ㆍ돼지 대신 닭고기”

저렴한 제품과 서비스구매 패턴 대대적 변화 식료품과 외식비용 급증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변하고 있다. 쇠고기 대신 닭고기를 구입하고 식당 이용을 줄이고 있다. <사진=S

18일 귀넷다문화 축제 및 카운티 정부 오픈하우스
18일 귀넷다문화 축제 및 카운티 정부 오픈하우스

18일 10AM-2PM, 귀넷플레이스몰 18일 귀넷 다문화 축제와 카운티 정부 오픈 하우스에서 귀넷 주민들은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가족 친화적인 무료 행사는 토요일 오전 1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 9월 27-28일 개최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 9월 27-28일 개최

2024 애틀랜타 코페 준비위 발대식 애틀랜타한인회(회장 이홍기)가 오는 9월 27일-28일 2024 애틀랜타 코리안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하고 16일 오후 준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

"20년 동안 받은 사랑 장학금으로 환원"
"20년 동안 받은 사랑 장학금으로 환원"

코너스톤종합보험 3만 달러 후원해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영구장학금 코너스톤 종합보험(대표 남계숙)은 16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차세대를 위한 장학금 보조를 위해 3만 달러를 한미장

MS, 애틀랜타에 데이터 센터 또 건설
MS, 애틀랜타에 데이터 센터 또 건설

총 320에이커 대규모 부지 매입부지 대금만 1억 1500만 달러애틀랜타, 데이터 센터 허브 부상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애틀랜타에 또 다른 데이터 센터 건설을 위한 160 에이커 규모

애틀랜타시, 나이트클럽 Elleven45 폐쇄 검토
애틀랜타시, 나이트클럽 Elleven45 폐쇄 검토

총격 사건 발생으로 2명 사망주민들 폐쇄 청원운동 서명 애틀랜타시가 지난 5월 12일 새벽 총격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 당한 벅헤드 소재 나이트클럽 일레븐45(

바디프랜드, 메모리얼데이 ‘파격 특가전’
바디프랜드, 메모리얼데이 ‘파격 특가전’

5월 17일부터 27일까지팬텀 ‘메디컬 케어’ 마사지체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바디프랜드가 메모리얼 데이를 맞이해 파격 특가전을 실시한다.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