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바이러스 공포가 퍼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감기와 독감, 폐렴을 증상이 비슷해 혼동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들 세 질환 모두 초기에 기침ㆍ발열ㆍ오한이 생기는 등 증상이 비슷하고, 지속 기간도 1주일에서 두 달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기침ㆍ발열ㆍ오한 등의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감기가 심하거나 길게 가는 것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증상은 좀 다르다. 독감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열ㆍ오한ㆍ두통ㆍ근육통 등이 생긴다. 폐렴은 누렇고 냄새 나는 가래와 숨이 찬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감기보다 길고 심하게 지속된다. 따라서 갑자기 심하게 아프거나 생각보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폐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기에 의한 기침은 3주를 넘지 않기에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된다면 감기 합병증이 생겼거나 다른 병 때문일 수 있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감기와 독감, 폐렴은 발생 원인이 다르다. 독감은 A·B·C로 구분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감기는 200여 가지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다. 워낙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해 치료제를 만들 수 없지만 독감ㆍ폐렴과 달리 증상도 약해 대증적 요법으로 치료한다.
폐렴은 세균ㆍ바이러스ㆍ곰팡이ㆍ마이코플라스마 등이 기관지ㆍ폐에 침투해 걸린다. 세균성 폐렴의 주원인인 폐렴구균은 우리 주위에 흔하다. 폐렴은 언제든 감염될 수 있고 패혈증ㆍ호흡곤란ㆍ폐농양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령자에서는 폐렴의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고 중증으로 악화돼 입원치료나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폐렴 치료는 세균성 폐렴으로 가정해 치료 경험에 비추어 잘 듣는 항생제를 쓴다. 원인이 미생물로 드러나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성 폐렴에는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주로 한다.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보다는 2차 세균 감염이 생길 때 쓴다.
폐렴ㆍ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최천웅 교수는 “예방주사를 맞아도 병에 걸리는데 왜 맞는지 묻는 사람이 많은데 예방접종으로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병에 덜 걸리고 걸린다 해도 증상이 약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만성질환 환자가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면 65~84%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미접종자와 비교하면 치사율이나 중환자실 입원율이 40%나 감소하기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폐렴구균 백신은 13가지 균을 막는 13가 백신, 23가지 균을 방어하는 23가 백신이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은 23가 백신을 1회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폐렴구균 백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2차로 발병할 수 있는 폐렴구균 폐렴이나 폐렴구균 감염 합병증 등을 막을 수 있기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독감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매년 다음 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종류를 발표한다. 이에 따른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병에 덜 걸리고 걸려도 심하게 앓지 않고 나을 수 있다.
독감의 대표적인 합병증이 폐렴이다. 따라서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것이 좋다.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에 맞으면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들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