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장기간 휴대폰 사용과 암 발병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구 결과와는 다른 법적 판단이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토리노 항소법원은 이날 암으로 한쪽 청력을 잃은 텔레콤 이탈리아(TI)의 전 직원 로베르토 로메오에게 사측이 연간 6,000유로(약 6,700달러)의 종신연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로메오는 TI에서 재직한 15년 동안 일 평균 3시간 이상 휴대폰을 사용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청각신경집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증상은 청신경에 발생하는 일종의 뇌종양이다.
그는 퇴직 후 직업병 발병으로 회사에서 종신연금을 수령할 자격이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지나친 휴대폰 사용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곧바로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사측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신문은 법원 판결이 지난해 8월 이탈리아 고등보건연구소(ISS)가 발표한 연구 결과와 배치돼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ISS는 당시 “유년기부터 오랜 시간 휴대폰을 사용했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선 휴대폰 노출이 종양을 생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