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호가 인도네시아를 꺾고 베트남 국민들에게 60년 만에 처음으로 동남아시아(SEA)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선물했다. 베트남 전역은 “기적 같다”며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로 화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대표팀은 10일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2골을 올린 ‘유럽파’ 도안반하우(헤렌벤)의 맹활약을 앞세워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SEA 게임 축구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1959년 첫 대회 때 월남이 우승한 바 있지만, 베트남인들은 이를 통일 베트남 축구의 역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동남아 월드컵’ 스즈키컵에서 수차례 우승한 베트남은 동남아 최대 종합대회인 SEA게임 축구에서는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베트남축구협회와 재계약을 한 박 감독은 베트남을 10년 만에 SEA 게임 결승에 올려놓은 데 이어 금메달까지 따내며 신뢰에 톡톡히 보답했다.
이날 베트남 승리의 수훈갑은 장신 수비수 도안반하우였다. 도안반하우는 전반 38분 오버래핑 돌파로 프리킥을 유도해낸 뒤 도훙중이 올린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어 후반 14분 도훙중의 추가골이 터졌고 잉 28분엔 도안반하우가 쐐기골을 터뜨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항서 감독은 후반 32분께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는 악재를 맞았지만, 베트남은 이영진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은 “60년 만에 (베트남의 우승) 한을 풀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며 “베트남 축구 팬들이 행복할 수 있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 매우 기쁘고 이 기쁨을 즐거워하는 모든 분과 나누고 싶다”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2017년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9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AFC 아시안컵 8강,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또 새 역사를 썼다. 박항서호는 내년 1월에는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본선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