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전조증상 시각장애도
상대적으로 낮은 66%만 인지
사망률·후유장애 최소화 위해
119구급차 호출 최선이지만
병원 직접 가는 등 대처 문제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고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면 뇌졸중(뇌출혈·뇌경색),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질환자가 급증한다. 암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2위(24%)인 심뇌혈관질환은 환절기에 찾아오는 가장 위험한 질환 중 하나다. 무엇보다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이다.
심장이 제 역할을 하려면 심장근육이 산소·영양을 실은 혈액을 제대로 공급받아야 한다. 심장근육의 핵심 혈관인 3개의 관상동맥 중 하나라도 막히면 그 영향권에 있는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뇌조직을 괴사시키는 뇌졸중(뇌출혈·뇌경색)도 마찬가지다.
◇심장마비·뇌졸중의 주된 원인은 동맥경화=따라서 뇌졸중·심장마비 징후(전조증상)가 나타날 때 빨리 알아차리고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 응급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더 나은 예후와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나라 성인들의 인지도는 증상에 따라 꽤 들쑥날쑥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데이터 중 뇌졸중·심장마비에 대한 22만8,240명(평균 53.6세)의 인지도 조사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심장마비 징후 가운데 △가슴 통증·압박감은 83% △호흡곤란은 78%가 알고 있었지만 △무기력감, 가벼운 통증, 의식저하는 69% △목·턱 등 안면부와 등 통증은 63% △팔·어깨 통증 및 불편함은 54%로 인지도가 떨어졌다. 뇌졸중 징후 가운데 △언어·안면인식장애, 착란(갑작스러운 혼동)은 80% △어지럼증, 보행장애, 균형감각 상실은 77% △안면마비·사지위축은 76%가 알고 있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은 66.5% △시각장애는 66%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심장마비·뇌졸중 징후가 나타났을 때의 적절한 대처방식에 대한 인지도도 비슷했다. 둘 다 119구급차를 부르는 게 최선이지만 그 비율은 심장마비 83%, 뇌졸중 79%에 그쳤다. 나머지는 △심장마비의 경우 병원에 직접 간다(12.4%), 가족에게 연락한다(4.4%) △뇌졸중의 경우 병원에 직접 간다(14.5%), 가족에게 연락한다(5.3%)가 그 뒤를 이었다.
김혜윤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장마비·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과 후유장애를 줄이려면 사전징후·증상과 병원 방문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119구급차 이용)에 대한 공공·전문교육, 대국민 캠페인 등을 증상 인지도가 낮은 노인과 취약계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당뇨병·흡연 등으로 혈관 벽에 지방성분과 염증세포가 축적돼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이 떨어지는 동맥경화. 혈액순환을 저해하고 갑작스러운 혈전증을 유발해 심장근육·뇌 손상을 유발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죽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20~30분 이상 지속되고 통증·실신·호흡곤란 및 급사를 유발할 수 있다.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5~10%에 이른다. 건강한 환자와 관상동맥의 일부가 좁아져 심장근육이 충분한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하는 협심증 환자가 반반을 차지한다.
◇일과성 뇌허혈, 심각한 뇌졸중 발생 위험 높아=환절기에 심혈관질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우리 몸이 차가운 날씨에 노출되면서 혈관이 수축해 혈관의 압력, 즉 혈압이 갑자기 오르기 때문이다.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인체를 흥분시키고 긴장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것도 말초동맥이 수축하고 혈압이 오르는 원인이 된다. 혈압이 올라가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심혈관계 부담과 혈관이 막힐 확률이 동시에 커진다.
따라서 동맥경화증·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비만·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심혈관질환이 악화되거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어 환절기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바람이 차가운 날씨에 나갔는데 갑자기 왼쪽 젖가슴 부위가 조여오거나 평상시보다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심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19에 전화해 최대한 빨리 의료진과 상담하거나 환자분이 가지고 있는 응급약(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가 손상되는 질환.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마비를 비롯한 뇌 기능 저하 증상이 수분~수시간 지속됐다가 호전되는 ‘일과성 뇌허혈’ 환자의 경우 추후 심각한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뇌경색과 동일하게 판단하고 치료한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손상된 뇌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상을 일으킨다. 오른쪽 또는 왼쪽 팔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하는 반신마비, 발음장애, 안면마비(얼굴의 한쪽 근육이 약해져 그쪽으로 입이 돌아감), 실어증(정신을 멀쩡한데 언어중추 손상으로 이해를 못함), 반신감각장애(반신마비를 동반할 수 있음), 왼쪽 또는 오른쪽 시야장애,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운동실조(마비는 없는데 손발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고 심하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림), 어지럼증(대개 복시·운동실조 동반), 의식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