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허쉬 한인 사례들
5명 중 3명꼴로 우울증
실제 자살로 이어지기도
#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사이드 잡’으로 공유차량 우버 운전을 하고 있지만 지인들에게는 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 택시 운전이나 한다는 시선이 두렵고, 돈벌이가 시원찮아 가족들에게는 미안함이 크다. A씨는 최근 우울증세가 깊어지고 있다. 아내와의 다툼이 잦아졌고, 집안 분위기는 어두워졌다. 삶은 답답하기만 하고 ‘죽어버릴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졌다.
#한인교회에서 장로로 시무 중인 B씨는 가정과 직장 문제로 고민이 많지만 얘기할 곳이 없다. 신앙이나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시선 때문에 고민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으로 번졌다.
#한인 여성 C씨는 시어머니와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이 커졌다.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남편은 참아보라는 말뿐이다.
정신건강 비영리기관인 ‘디디허쉬 정신건강 서비스’ 산하 ‘자살예방센터’에 접수된 LA 한인 사례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LA의 한인들의 우울증과 불안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디디허쉬 자살예방센터의 크리스토퍼 전 아웃리치 담당자에 따르면 “한인 통계는 따로 없지만, 자살예방센터의 한인 문의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것이 우울증”이라며 그 심각성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일을 시작한 후 정신건강이 우려스러운 한인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개인적으로 한인 5명 중 3명 이상은 우울증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LA한인가정상담소에 접수된 한인들의 사연도 우울증 상담이 가장 많다.
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 307건 중, 우울증(30%)과 불안증(20%)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가정상담소 측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상담자 중 25%가 자살을 생각했고, 5%는 실제 시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인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정신이상이나 결함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크리스토퍼 전 담당자는 “‘너만 그런 줄 알어’, ‘기도가 부족해서’ 등 주변의 잘못된 반응들과, 한인타운 지역 관련 투자가 적어 전문상담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며 이러한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A한인가정상담소 한 상담전문가는 “평소 직장, 학업 스트레스 등 외부요인에 대한 대처법을 마련하고 불안 요소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가정사로 인한 왜곡된 자아 등 내부적인 요인일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