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인신매매 누명 여성
한국 국감서 눈물의 증언
"영사 조력을 제대로만 받았더라면 3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시간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 현장. 이날 국감에서는 누명을 쓰고 멕시코에서 무려 1,154일 동안 옥살이를 한 양현정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했다.
양씨는 지난 2016년 1월 여동생의 약혼자가 운영하는 멕시코시티의 노래방에 경찰이 들이닥쳐 인신매매 및 성착취 피의자로 체포돼 3년2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올해 3월 멕시코 재판부로부터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고 귀국했다. 양씨는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주멕시코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임걸 당시 경찰 영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회의장에 나타난 양씨는 강경화 장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입장문을 읽었다. 양씨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너무도 힘들었다”며 “죽을 때까지 꿈에서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1,154일을 돌이켜야 하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임걸 전 영사가 살인자라고 생각한다”며 “(전 영사에게는) 사소한 일이고 영사직을 떠나면서 잊힌 일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지옥에서 지금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영사가 면회를 와서 ‘스페인어 배워서 좋지요’라며 미소 짓던 얼굴과 수갑 찬 저를 두고 멕시코 검찰 직원들과 농담하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양씨는 “이제라도 잘못된 일들을 낱낱이 파헤쳐서 바로잡아달라. 더는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달라”고 간청했다.
이 전 영사는 당초 이날 국감에 출석하려 했으나, 현재 울산동부경찰서장 직에 있어 태풍 ‘미탁’ 관련 재난 대비와 치안 업무 등에 임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