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화요일의 미술 이야기] 대기 만성의 화가들

지역뉴스 | | 2019-06-11 21:21:29

칼럼,제이미,제이아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미국에서 '국민 화가'로 불려지셨던 모지스 할머니는 75세에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Grandma Moses (1860 ~ 1961)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 이예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 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

모지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인 101세까지 무려 1600여 점의 그림을 그립니다. 더 놀라운 건 그녀가 그린 그림 중 250점은 100세 이후에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 이제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나의 경우에 일흔 살이 넘어 선택한 새로운 삶이 그 후 30년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줬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뒤늦게 화가의 길로 접어들어 최고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윤석남 작가가 계십니다.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라고 불리며 최근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고 있는 팔순의 미술가인 그녀도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마흔 언저리에 이대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붓을 들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주제로 한 채색 목 조각을 창작하여 모성을 통한 페미니즘을 역설한 유석남작가는 “모성이라는 명목으로 여성들에게 덮어씌우는 굴레가 많아요. 그것에 대해 저항을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모성은 타인을, 약자를 아우르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희생만을 강요하고 좁은 가정의 틀에 갇히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채색 목 조각 연작에 안주하지 않고 칠십 대에 새롭게 배워서 시작한 전통 채색화 기법의 신작들. 그녀의 영원한 젊음은 작품을 끈임 없이 연구하고, 팔 순의 나이에도 꼰대스러움을 잃지 않는 힘있는 목소리에서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대기 만성 화가로 대도시의 고독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와 원시적 화풍으로 이국적 자연을 그린 앙리 루소가 있습니다. 이 둘은 모두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마흔이 넘어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술 학교를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회화를 발표했던 에드워드 호퍼의 유명한 ‘나이트 호크’는 환갑에, 또 하나의 유명한 작품인 “바다 옆 방”은 일흔 직전에 그렸다고 합니다. 루소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미술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세관원으로 일하면서 미술을 독학으로 익혔으며 마흔 두 살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처음엔 그의 독특한 화법 때문에 사람들의 조롱거리였다고 합니다. 미술학교를 다녔던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던 이 두 화가 역시 대기 만성형으로 지금은 손꼽히는 대가들이지요.

한편 일찍부터 꽃핀 화가의 대표는 파블로 피카소, 늦게 꽃핀 화가의 대표는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1839-1906)이라고 합니다. 피카소는 현대미술의 획을 그은 「아비뇽의 처녀들」을 불과 26세에 그렸는데 데이비드 갤런슨(미술 애호가인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의 2006년 연구에 따르면, 미술사 책에 인용된 피카소 작품의 40%가 서른이 되기 전에 그린 것들이고, 반면 미술사 책에 인용된 세잔 그림 중 60%가 쉰이 넘어 그린 것들이라고 하네요. 실로 세잔이 이,삼십 대에 그린 그림들은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스스로 작품 세계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늘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제대로 그리고 있는지 의심했다고 합니다. 이후 40대에 고향인 액상 프로방스로 돌아가 사과와 생 빅투아르 산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그리며 연구한 끝에 자신의 세계를 찾아 50대부터는 절정으로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늦게 꽃피운 대기 만성형 대가들을 보면 자기 재능을 늦게 발견한 사람들도 있는가 하기면 일찍부터 그 분야에 있었지만 천천히 성장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백세 시대를 외치며 남은 인생 스케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걱정하는 요즘, 이런 대기 만성형의 대가들을 보면 아직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시도할 날이 많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해외이주법 시행령·규칙동포청, 현실 맞게 개정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은 결혼이나 취업 등으로 해외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해외이주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현실에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10월중 비대면 신원확인 서비스 추진주민등록번호 있는 재외국민전자상거래 등 디지털서비스 이용 가능 오는 10월부터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재외국민은 한국 휴대전화가 없어도 전자상

"부동산 정보, 교육 기회 많이 제공하겠다"
"부동산 정보, 교육 기회 많이 제공하겠다"

CE 클래스 제공 조지아 한인부동산협회(회장 한현)가 2024년 제2차 정기총회를 4월 26일(금)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까지 슈가로프 파크웨이에 위치한 1818클럽에서 80여

정부, 11월 대선 앞두고 '멘톨 담배' 금지 결정 연기
정부, 11월 대선 앞두고 '멘톨 담배' 금지 결정 연기

보건당국 "시민단체 의견 수렴 등 더 많은 시간 필요"멘톨 담배[샌프란시스코 로이터=연합뉴스]  연방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멘톨(menthol) 담배 금지 결정을

'연준 선호'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전년대비 2.8%↑

전월 대비 상승률 0.3%…'깜짝 반등' 대비했던 금융시장은 안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3월 들어서도 둔화세를 멈추고 정체된 모습을

테슬라 오토파일럿 리콜 후에도 충돌사고 20건…당국 조사

203만대 대상으로 작년 SW 업데이트 적절성 검토…"위험 여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지난해 말 대규모 리콜을 통해 주행 보조 기능 오토파일럿을 업데이트한 뒤에도 관련 충돌

에모리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경찰과 충돌
에모리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경찰과 충돌

25일 최소 23명 교수, 학생 체포경찰 동원 해산 시도 총장에 비난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조지아주 에모리대학에서 팔레스타인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은 10월 12일 개최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은 10월 12일 개최

36대 이사진 21명 구성, 이사장 이경성기자 퇴장시키고 비밀 회의, 출입금지도 애틀랜타한인회(회장 이홍기)는 25일 오후 한인회관 소강당에서 2024년 1분기 정기이사회를 개최하

29일부터 예비선거 조기투표 시작
29일부터 예비선거 조기투표 시작

29일부터 5월17일 조기투표 기간투표용지 공화당·민주당 선택해야 월요일인 29일부터 5월 21일 조지아 프라이머리, 지방선거를 위한 조기투표(early voting)가 조지아 전

고부 사이 된 김희선·이혜영…MBC '우리, 집' 내달 24일 첫선
고부 사이 된 김희선·이혜영…MBC '우리, 집' 내달 24일 첫선

MBC 새 드라마 '우리, 집'/MBC 제공배우 김희선과 이혜영이 주연하는 MBC 새 금토 드라마가 내달 중 시청자들을 만난다.MBC는 새 드라마 '우리, 집'을 내달 24일 오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