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률 높고 캠퍼스 안전하지만 단조로운 분위기
학교별 다양한 학문 강점…종합대와 교차 수강도
자신의 성향과 장단점 잘 따져서 신중히 결정해야
미국에 남녀공학이 아닌 여대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여대의 캠퍼스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여대 진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갖는 궁금증일 것이다. 미국에도 생각보다 많은 여대들이 있으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비롯 유명 인사를 배출한 명문여대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대는 모든 학생들에게 맞는 선택은 아니지만 자신의 성향과 단일 성별 학습환경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결정중 하나라는 점에서 여대의 장단점과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대 특징과 학교생활 등에 대해 알아본다.
▲여대 역사와 입학 트렌드
미국에 여대가 설립되기 시작한 때는 19세기 중반이다. 당시 대부분 대학이 남성에게만 문호가 개방되어 있어 여성에게도 대학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742년 설립된 최초의 여대인 베들레헴 여자신학교처럼 많은 여대들은 처음에는 신학교로 출발했다.
여대 숫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전국에 281개의 여대가 있었지만 현재 비 남녀공학 여대는 33곳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여대였던 바사르 칼라지나 사라 로렌스칼리지는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다. 덴버대학에는 아직 여성 칼리지가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 여대는 리버럴아츠칼리지로 규모가 작은 편이며 동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서부와 서부 지역에는 몇 곳만이 자리 잡고 있다.
▲트렌스젠더에도 문호 개방
성 개방성 트렌드에 따라 여대라고 하지만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과 같은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 등 ‘논 바이너리(non-binary)에게도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여대 연합회 39개 학교 중 11개 학교가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용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는데 밀스 칼리지, 마운트 홀리요크 칼리지, 시몬스 칼리지, 스크립스 칼리지, 브린 모워 칼리지, 웰슬리 칼리지, 스미스 칼리지, 홀린스 대학, 바너드 칼리지, 베넷 칼리지, 스펠만 칼리지 등이 포함됐다.
▲여대판 아이비리그
여대라고 해도 학교 랭킹이나 평판, 합격률 등은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바너드칼리지 합격률은 15%로 경쟁률이 치열한 반면 트리니티워싱턴대는 89%에 달한다.
여대 버전 아이비리그도 존재한다. 명문 여대 7곳을 묶은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가 그것. 세븐 시스터즈에는 버나드, 브린모어, 마운트홀리오크, 래드클리페, 스미스, 바사, 웰슬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세븐시스터즈는 는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등 명문 남성 대학들에 버금가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여성에게 제공하자는 사명을 갖고 19세기에 설립됐다.
세븐 시스터즈는 남녀공학을 포함해 가장 경쟁력 있는 리버럴아츠칼리지로 평가받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또 세븐시스터즈 여대들의 경우 독특한 커리큘럼과 인턴십 등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스미스 칼리지는 한 학기 동안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학생들이 직접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마운트 메리대학은 봉사 학습의 가치를 중시해 모든 1학년생은 대학에서 마련한 사회 정의 세미나를 위한 리더십(Leadership for Social Justice Seminar)에 등록해야 한다.
세븐시스터즈 대학은 특히 인문학, 사회과학, 언어학 등에서 명성이 높은데 자연 과학 계열이 강한 MIT, 칼텍, 콜롬비아 대학 등과 교차 수강 및 공동 학위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커리큘럼 및 특징
많은 여대들이 여러 학문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스미스칼리지의 경우 엔지니어링은 전국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유명하며 웰슬리, 스미스, 브린 모우르 칼리지는 STEM 전공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탑 리버럴아츠 칼리지로 꼽힌다. 특히 브린모우르 칼리지의 경우 STEM 전공 졸업생 비율은 29.1%에 달한다. 한편 웰슬리 칼리지의 지난해 졸업생의 23%는 비즈니스와 컨설팅 분야에 종사한다.
저명한 교수가 강의하는 수준 높은 여성학 프로그램들도 여대들의 강점이다.
웰슬리칼리지의 경우 경제학과 생물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등이 대표적 전공분야, 스미스칼리지에서는 경제학과 심리학이 인기 전공이다. 많은 여대에는 권위 있는 교수들도 다수 포진하고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시인 프랭크 비다트는 웰슬리 칼리지 교수로 재직중이며 작가 제임스 볼드윈과 존 어빙은 마운트 홀리요크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었다.
▲교차 수강
여대 재학생들의 배니핏 중 폭 넓은 교차 수강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여대들이 규모가 큰 대학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이 교차수강을 받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이런 남녀공학과의 교차 수강은 학문적 상호보완과 교육시설 이용, 시간 절약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컬럼비아 대학과 제휴를 맺은 바나드칼리지 학생은 두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으며 스크립스칼리지 학생은 클레어몬트매키나칼리지, 포모나칼리지, 하비머드칼리지, 클레어몬트대학원, 켁 대학원 등에 교차 수강할 수 있다.
스미스칼리지와 마운트홀리요크칼리지 학생은 앰허스트, 햄프셔칼리지 수업에 등록이 가능하고 웰슬리칼리지 학생은 MIT, 앱슨칼리지, 올린 공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바나드칼리지 음대생은 줄리어드에서 뮤지션들과 함께 연습할 수 있다. 이처럼 여대 학생은 큰 대학과의 교차 수강을 통해 더 다양한 강의는 물론 많은 시설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캠퍼스라이프
여대에서도 다양한 과외활동으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스미스 칼리지의 독특한 조직 중 하나는 ‘바이크 키친’. 학생들에게 자전거 메인테넌스 방법을 가르치며 칼리지에서 자전거를 빌려주기도 한다. 웰슬리칼리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하나는 학생 운영 카페. 주간에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판매하고 야간에 나초로 유명하다.
여대에서도 남녀공학과 마찬가지로 학교마다 다양한 파티가 열린다. 물론 여대 특성상 파티의 모습은 남녀공학과는 다르고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평도 있다.
특히 웰슬리, 스미스, 브린 모워칼리지 학생 대다수는 “알코올 없이 소셜라이프를 즐겨보자”고 주창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학교에서 술을 안 마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티스쿨 처럼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파티의 경우 평일에 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주말에 집중되어 있다. 주변 대학에도 홍보가 되면서 남학생도 많이 방문한다.
▲장단점 고려해 지원 결정
여대 지원에 관심이 있는가? 그렇다면 여대의 장점과 단점,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대 학생들은 남녀공학 학생에 비해 학교 생활 만족도가 높다. 바나드와 스미스칼리지는 학교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리버럴아츠칼리지 순위에서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캠퍼스 범죄가 빈발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캠퍼스도 장점. 여학생 입장에서 여성적인 환경에서 배우는 것도 자존감과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남녀공학보다 여대에 더 많은 유색인종 학생이 등록한다는 사실도 관련이 있다는 게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또한 높은 졸업률도 자랑이다. 바나드 칼리지의 졸업률은 87%로 이는 예일, 유펜, 브라운 대학들보다도 높다. 또 다른 여대인 스미스칼리지의 졸업률도 82%, 마운트홀리요크 칼리지는 81%, 웰슬리칼리지가 78%로 뒤를 잇고 있다. 의대와 로스쿨 진학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대의 경우 장점도 많지만 감안해야 할 사항도 있다. 대부분 여대들은 작은 리버럴아츠칼리지다. 재학생이 5,000명이 넘는 곳은 드물다. 이것은 반드시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큰 캠퍼스의 활기찬 분위기를 기대한 학생의 경우 여대에서는 그런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학교가 크지 않다 보니 남녀공학의 종합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남학생이 없는 강의실과 캠퍼스로 인해 전반적으로 남녀공학에 비해 대학생활이 단조롭다는 지적도 있다. 또 남성과의 상호관계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졸업 후 맞게되는 사회생활에서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광 기자>
명문 여대중 한 곳인 스미스칼리지 학생들이 활짝 웃으며 교정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