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여러 가지 질병을 부른다는 건 상식처럼 돼 있다. 혹자는 만병의 근원으로 스트레스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어떤 질병에 얼마만큼 안 좋은지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특히 수십만 명의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캐나다 콩코디아 대학의 사이먼 베이컨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유명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인터넷판에 지난 10일 발표했다
현대인은 대부분 인생의 어느 시점에 심리적 외상을 겪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삶의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중병 진단, 자연재해 등이 그런 예이다.
스트레스 관련 장애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는 갈수록 늘어난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는 대부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증후군을 가진 퇴역 군인과 현역 장병에게 초점을 맞췄고, 연구 표본도 그다지 크지 않아 결과의 신뢰도는 높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팀은 PTSD 진단, 급성 스트레스 반응, 적응 장애 등이 심혈관질환의 발병과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규명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스웨덴의 인구·보건 데이터에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만 27년간 스트레스 관련 장애를 진단받은 13만6,637명을 ‘노출 군’으로 추려내고, 피험자의 형제·자매로서 같은 기간 스트레스 장애나 심혈관질환 진단을 받지 않은 17만1,314명을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노출 군’의 피험자 개개인이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은 날을 기준으로, 당일 현재 스트레스 장애나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일반인을 피험자 한 명당 10명씩 무작위 추출해 연령과 성별로 대조했다.
그 결과는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중대한 인생사를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나 PTSD 등이 생기면, 머지않아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스트레스 장애 진단 후 1년 안에 심박 정지나 심장마비 같은 급성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위험은 건강한 형제·자매보다 평균 64% 높았다. 진단 후 1년 내 발병 위험이 가장 큰 심혈관질환은 심부전과 색전증, 혈전증 등이었다. 스트레스 관련 장애는 또한 심혈관질환의 조기(만 50세 이전) 발병과도 강한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