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석양 머금은 기암단애… 시간도 길을 멈추다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9-01-11 11:11:44

경북,청송,백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숲깊어 세명이 모여 넘었던 삼자현

‘사진 촬영객 사계절 붐비는 주산지

‘굽이굽이 발길닿는 곳마다 감탄이

‘심수관가 도자기 한눈에 볼수 있는

‘심수관 도예 전시관’도 꼭 가볼만

경북 칠곡에서 청송으로 가는 길에 눈이 흩날렸다. 눈발이 굵지 않아 설경을 볼 횡재수는 기대하지 않았다. 청송으로 접어들어서는 내리던 눈도 그쳤다. 그런데 청송군의 초입인 삼자현(三者峴)에 이르자 고개는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고개를 넘다가 여러 차례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산에는 청송(靑松)이라는 고장 이름처럼 온통 푸른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서 있었다. 짙푸른 솔숲이 하얗게 뒤집어쓴 눈은 장관이었다.

고려 시대 ‘천벌이(현 청송군 현동면) 관문’에서 청송으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가 삼자현으로, 높고 험한데다 산짐승이나 도둑들이 출몰했다. 나그네들은 고개 아래에서 길동무를 만들어 함께 넘어가고는 했다. 그래서 이 고장 사람들은 이 고개를 세 사람은 모여야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서넘재’ 혹은 ‘서넘티’라고 불렀다. 훗날 서넘재라는 고개 이름은 한자어로 바뀌어 삼자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삼자현은 6·25전쟁 중 북한군이 은신할 정도로 숲이 깊었다. 하지만 산골짜기 삼자현도 산업화의 바람은 피해갈 수 없었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하던 산길의 나무들은 잘려나가고 그 위로 도로가 닦여 이제 삼자현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갯길로 변모했다.

청송에는 여러 가지 볼 것이 많지만 사진 좀 찍는다는 이들에게 주산지(注山池)는 단연 최고의 촬영 포인트다. 맑은 날의 반영과 새벽의 물안개가 좋아 봄·가을에는 사진작가들로 미어터질 정도인데 겨울 풍경은 본 적이 없어 동트기 전에 숙소를 나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눈 쌓인 길을 더듬어 주산지로 향했다. 겨우 20분 정도 걸었을 뿐인데 볼이 떨어져 나가는 듯했다. 얼어붙은 비탈길을 조심조심 더듬어 올라 도착한 주산지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장갑을 끼고 있는데도 손이 시렸다. 해 뜨기를 기다려 사진촬영을 끝내고 차로 돌아와 시동을 거니 모니터 액정에 외부 온도는 영하 1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산지는 1720년 8월 조선 경종 원년에 착공해 이듬해 10월 준공한 저수지다. 길이 200m, 평균 수심이 약 8m인 주산지는 조성된 후 지금까지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밑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주산지는 화산재가 엉겨붙어 만들어진 용결 응회암이라는 치밀하고 단단한 암석이 아래에 깔려 있고 그 위로 비용결 응회암과 퇴적암이 쌓여 그릇과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비가 오면 비용결 응회암과 퇴적암층에서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 물이 마르지 않는 이유다.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로 지정됐다.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73.

청송에는 여러 번 와봤지만 심수관 도예 전시관은 번번이 지나쳤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들러 보기로 했다. 심수관 도예 전시관이 청송에 세워진 것은 1598년 일본 사쓰마(가고시마)의 번주(藩主) 시마즈 요시히로에게 끌려간 심당길이 청송 심씨이기 때문이다. 심당길은 사쓰마 번주에게 녹봉을 받는 대가로 도자기를 구워 바쳤다. 기술은 후대에 전해졌고 12대손(1835~1906년)인 심수관은 1873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대화병을 출품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심수관의 후손들은 그의 이름을 이어받아 ‘OO대 심수관’이라는 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관에 있는 작품들은 12~15대 심수관의 주요 작품들로 투각·부조·금채 등 심수관 가문의 현란한 도예기법을 감상할 수 있다. 금색유약 및 정교한 기법에서는 일본 특유의 화려함이 연상되지만 옹기와 같은 투박한 구로사쓰마 자기는 우리나라의 것과 흡사해 한 뿌리에서 출발한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금란수(긴란데)라고 불리는 기법은 백자를 구워낸 후 유약을 바른 표면 위에 금으로 다양한 문양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심수관은 금란수를 오스트리아의 빈과 프랑스 파리 박람회에 출품해 온 천하에 사쓰마 도자기를 각인시켰다. 현재 심수관은 15대로 와세다대를 졸업한 후 교토에서 도예기술을 배웠으며 이탈리아 파엔차 국립미술 도예학교에 유학했고 한국에서 김치 옹기 제작기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금수(錦手, 적·녹·황·청 등 투명유약으로 덧그림을 그려넣는 기법)와 투각 등 심수관 집안의 전통적인 기술과 표현에 능한데 그 기법의 정밀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글·사진(청송)=우현석객원기자>

석양 머금은 기암단애… 시간도 길을 멈추다
석양 머금은 기암단애… 시간도 길을 멈추다

해질녁의 주왕산. 서쪽 능선에 걸친 해가 기암을 비춰 붉게 물들이고 있다.

석양 머금은 기암단애… 시간도 길을 멈추다
석양 머금은 기암단애… 시간도 길을 멈추다

백자를 구워낸 후 유약을 바른 표면 위에 금으로 다양한 문양을 표현한 금란수 화병.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뉴스] 애틀랜타 성인물 소비 1위 도시 선정, 월드컵으로 애틀랜타 단기임대 숙소 급등, 해외송금 10만달러로 제한, 조지아의 다양한 뉴스부터 애틀랜타 한인 사회 동정까지! (영상)
[애틀랜타 뉴스] 애틀랜타 성인물 소비 1위 도시 선정, 월드컵으로 애틀랜타 단기임대 숙소 급등, 해외송금 10만달러로 제한, 조지아의 다양한 뉴스부터 애틀랜타 한인 사회 동정까지! (영상)

12월 둘째 주 애틀랜타 이상무 종합 뉴스는 꼭 알아야 할 조지아의 다양한 소식부터 애틀랜타 한인 동포 사회의 동정까지 전해드립니다. 맞춤형 성인물 소비 1위 도시로 선정된 애틀랜

FDA, 우울증 치료 '뇌 자극' 가정용 헤드셋 기기 첫 승인
FDA, 우울증 치료 '뇌 자극' 가정용 헤드셋 기기 첫 승인

플로 뉴로사이언스, 내년 2분기 출시…가격 70만원대 예상두뇌에 미세한 전류 전달해 자극…뇌과학 기술에 관심 커져  플로 뉴로사이언스의 우울증 치료 헤드셋[플로 뉴로사이언스(Flo

마이애미·인디애나의 이변…트럼프 '그립' 흔들리나
마이애미·인디애나의 이변…트럼프 '그립' 흔들리나

공화, 텃밭 선거 패배하고 선거구 조정도 부결…곳곳서 '이상신호'공화, 트럼프 강경 노선에 중도층 이탈 우려?…조기 레임덕 올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1년도

자동차 장기 융자, '84개월 할부의 두 얼굴'
자동차 장기 융자, '84개월 할부의 두 얼굴'

자동차 할부 1/4이 72개월 이상네거티브 에퀴티 문제 유의해야 자동차 딜러십에서 "차량 가격은 걱정 마세요. 월 페이먼트를 원하시는 금액에 맞춰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GSU, 새 야구장 곧 착공…새 스포츠 명물 기대
GSU, 새 야구장 곧 착공…새 스포츠 명물 기대

구ATL-풀턴 스타디움 부지2026년 가을께 완공 목표  조지아 주립대(GSU)가 구 애틀랜타-풀턴 카운티 스타디움 부지에 추진 중인 새 야구장 건설 공사가 곧 착공된다.GSU는

대큘라 HOA 주민에 벌금 40만 달러 부과 논란
대큘라 HOA 주민에 벌금 40만 달러 부과 논란

마당의 낙엽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 귀넷카운티 대큘라의 한 서브디비전 HOA((주택 소유주 협회)가 마당의 낙엽을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총 40만 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

'올해의 교사' 출신 교사, 학생 구타 혐의 해고
'올해의 교사' 출신 교사, 학생 구타 혐의 해고

폭행교사 해고 후 체포 조지아주 록데일 카운티의 전 '올해의 교사'가 13세 학생을 신체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학생 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코니어스중학교 멜빈 맥클레인 교사

교통위반 웨이모 처벌…조지아는 ‘회색지대’
교통위반 웨이모 처벌…조지아는 ‘회색지대’

잇단 스쿨버스 추월사례 불구규정미비로 솜방망이 처벌만 애틀랜타에서 운행 중인 웨이모 자율주랭차량의 잇단 정차 중 스쿨버스 추월 사례로 교통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를 규제하거나

택배물건 훔치던 청소년에 총 쏜 집주인
택배물건 훔치던 청소년에 총 쏜 집주인

무력 정당성 놓고 논란 확산 애틀랜타의 한 주택단지에서 택배물건을 훔치려던 청소년 두 명이 집 주인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재산 보호를 위한

애틀랜타 월드옥타 송년회로 한 해 마무리
애틀랜타 월드옥타 송년회로 한 해 마무리

스타트업과 차세대 육성으로 명성이사장 리처드 한, 차세대 애나 유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애틀랜타지회(회장 썬 박)는 11일 스와니 엔지니어스(N-GINEERS) 사옥에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