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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부심과 치부… 감동의 대장정이어라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8-09-21 09:09:04

감동,미국,마운트 러시모어·크레이지 호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미국 중북부, 사우스 다코타 주의 블랙힐스 산자락은 기원전 7천년 전부터 여러 부족의 인디언들이 신성시하며 살아온 곳이다.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Dances With Wolves·1990)의 배경도 바로 이 블랙힐스 평원이다.

블랙힐스에는 27km의 거리를 두고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거대한 두 암각상이 얼굴을 맞대고 있다. 러시모어 바위산의 미국 대통령 얼굴상과 인디언 전사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성난 말)의 전신상이 그 주인공이다.

1868년 인디언들의 성산인 블랙힐스를 비롯해 사우스 다코타 주 일대를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라라미 조약이 체결됐다. 아마도 미국 측은 블랙힐스를 별 쓸모 없는 땅으로 치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곳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노다지를 캐 큰 돈을 벌고자 하는 백인들과 커스터 장군이 이끄는 제7기병대가 밀물처럼 들어오면서 조약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성스러운 땅에 침입한 백인들에게 분노했고, 또 저항했다. 당시 이들의 지도자였던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도 그러했다. 헐값에 블랙힐스를 손에 넣으려던 미국 정부에 크레이지 호스는 이렇게 말했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인데 어찌 어머니를 팔 수 있느냐. 자기가 걸어다니는 땅을 팔아먹는 사람은 없다.”

결국 전쟁이 일어났다. 1876년 리틀 빅혼 전투에서 커스터의 제 7기병대가 전멸했지만 1877년 미국 정부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여 끝내 블랙힐스를 점거했다.

▶민주주의의 전당, 마운트 러시모어

러쉬모어(Rushmore National Memorial Park)는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미국의 정신이 담겨있는 곳이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남북전쟁를 승리로 이끌고 흑인 노예제를 폐지한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파나마 운하 구축 등으로 미국의 지위를 세계적으로 올려놓은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velt) 등 4명의 대통령 얼굴 조각이 나란히 산정의 거대한 바위에 새겨져 있다.

러시모어 정상은 해발 1,717m의 화강암 암봉이다. 조각가 거츤 보글럼(Gutzon Borglum 1867∼1941)과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17년의 공사 끝에 1941년 10월 31일 완공했다. 1927년 8월 착공식을 할 당시 이미 60세였던 보글럼은 “위대한 지도자들의 말과 얼굴을 이곳의 하늘 가까이 높이 새기자. 그 기록은 바람과 비만이 닳게 할 뿐 영원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조각에서도 미국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다. 우람한 위용을 뽐내며 서 있는 대통령상은 얼굴 크기가 무려 18m다. 눈은 3m, 코는 6m,루스벨트의 콧수염도 6m다. 지금껏 파낸 암석 조각만 해도 총 50만 톤이 넘는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이 대단한 장관을 보러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매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모여 든다.

미국의 자부심과 긍지가 담긴 ‘민주주의 전당’을 두 눈으로 마주하면 가슴 떨리는 경외심에 젖어든다. 미국의 건국부터 성장, 보존, 발전을 상징하는 이들의 모습에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남겨 본다.

▶인디언의 혼, 크레이지 호스

마운트 러시모어에서 남쪽으로 27km 떨어진 곳에는 러시모어 대통령상보다 훨씬 더 큰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이 있다. 244번 도로에서 16번 도로로 접어들면 그 길의 끝 산 정산에 크레이지 호스의 거대한 얼굴상을 만나게 된다.  

미국 정부가 수족 성지인 블랙힐스 돌산에 백인 대통령 얼굴들을 조각하자 추장 헨리 스탠딩 베어(Standing Bear·서 있는 곰)는 폴란드 출신 조각가이자 러시모어에서도 일했던 코작 지올코브스키(Korczak Ziolkowski·1908∼1982)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당신은 우리 조상들이 신성시하던 바위에 우리의 가해자이자 백인의 영웅인 네 명의 대통령상을 조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영웅이 있습니다. 크레이지 호스입니다. 우리의 영웅도 반대편에 조각해 주십시오.”

크레이지 호스는 세계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1876년 6월 25일 ‘리틀 빅혼의 결투’에서 남북전쟁 불패 신화의 주인공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가 이끄는 제7 기병대를 전멸시킨 영웅이다.

스탠딩 베어로부터 그의 생일과 크레이지 호스의 죽은 날(9월 5일)이 일치한다는 편지를 받은 코작은 한 편의 서사시 같은 크레이지 호스의 삶을 재현하는데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1948년, 그의 첫 망치질이 시작됐다.

“나는 인디언 후원자가 아니다. 단지 진실을 전하는 돌 속의 이야기꾼일 뿐이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려면 과거의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그는 러시모어와는 달리 혈혈단신으로 바위산 전체를 깨고 깎는 대역사를 구상했다(높이 169m, 너비 201m, 얼굴 27m의 규모). 인디언 신화에 몸을 숙인 백인이란 멸시가 쏟아졌고 가진 돈도 174달러가 전부였다. 그러나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도 거절하고 하나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생기는 입장료 수입만으로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35년 동안 750만 톤의 돌을 깬 뒤 코작은 1982년 숨을 거두었다. 

그가 사망한 뒤에는 부인과 자녀, 손자들이 유업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꼭 50년 만인 1998년 마침내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이 완성됐다. 러시모어의 네 배에 달하는 크레이지 호스 조각은 현재 먼 곳을 가리키는 왼 팔과 말의 머리를 만드는 중이다(말을 타고 달리는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은 반대편에 있는 큰바위 얼굴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에는 과연 전사의 정기가 서려 있다. “나의 땅은 내가 죽어 묻힌 곳이다”라고 말한 크레이지 호스의 우뢰와 같은 음성이 마치 바위산을 뚫고 들리는 듯하다. 저항정신과 원주민의 자존심에 숙연해지다 못해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다. 

언제 완성될 지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대를 이어 작업해 최종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완성되면 쭉 뻗은 왼팔과 말을 합해 높이 172m에 길이가 195m나 되는 세계 최대의 조각 작품이 된다. 팔 길이만 해도 69m이며, 앞쪽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도 길이가 11.4m이고 두께가 3m나 된다.

크레이지 호스, 그는 죽었지만 그의 꺾이지 않는 투지와 인디언의 정신은 이곳 블랙힐스에 남아 있다.

인디언 한 사람의 목에 수 백 달러의 포상금을 걸며 인디언 몰살정책을 폈던 링컨 대통령과 위대한 추장 크레이지 호스의 상이 나란히 새겨지는 것은 그 자체로 얄궂은 역사의 단면이 아니겠는가… 미국인들은 러시모어에서 역사의 자부심과 애국의 혼을 가슴에 담은 뒤 크레이지 호스 앞에서 역사의 오만과 인종차별의 치부를 참회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마운트 러시모어와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을 보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중국 고사가 떠오른다. 아흔 살에 가까운 우공이 집 앞의 높은 산을 깎아 없애기로 하고 흙을 파 먼 바다에 버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우공은 “내가 죽으면 아들 손자가 하고, 또 그 후손들이 하면 언젠가는 산이 평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공의 정성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문명에 살고 있다. 삶의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우공의 집념은 한낱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조급함 없이 최선을 다하는 우공의 마음가짐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미국의 자부심과 치부… 감동의 대장정이어라
미국의 자부심과 치부… 감동의 대장정이어라

반세기만에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 조각이 완성됐다. 완성되면 높이 172m에 길이가 195m나 되는 세계 최대의 조각 작품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자부심과 치부… 감동의 대장정이어라
미국의 자부심과 치부… 감동의 대장정이어라

미국의 건국부터 성장, 보존, 발전을 상징하는 대통령들의 얼굴이 산정의 거대한 바위에 새겨져 있다.          <www.crazyhorsememori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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