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13세의 앤드류 하이타워는 피자, 샌드위치, 디저트를 좋아한다. 하지만 앤드류는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어서 6년 전부터 그의 부모는 혈당 조절을 위해 로카브 탄수화물, 고 단백질의 식단을 유지했다. 아몬드 밀가루로 만든 로카브 피자, 호두가루로 만든 빵, 베리와 견과류를 얹은 요거트 등이 어머니가 그를 위해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교 갈 때도 도시락을 가져가야 하는 등 앤드류의 다이어트는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식습관을 바꾼 후 혈당 조절이 현저하게 향상됐다. 전에 툭하면 합병증이 찾아와 병원으로 달려가곤 했던 일이 없어진 것이다. 부모와 함께 잭슨빌에 살고 있는 앤드류는 “나중에 집을 떠나 대학에 가게 되겠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이어트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전문가들은 제1형 당뇨병을 가진 사람,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로카브 다이어트를 권하지 않는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혈당 수준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져 저혈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성장 발육을 저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소아과학회 지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음을 시사한다.
연구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을 가진 어린이와 성인들이 평균 2년 동안 매우 낮은 탄수화물과 고 단백질 식단을 유지하면서 당뇨병 약 인슐린을 소량 복용한 결과 혈당 조절이 이례적으로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률이 낮았고, 수년 간 이 다이어트를 유지한 아이들에게서 발육 부진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새 연구를 이끈 하버드 의대와 보스턴 칠드런스 하스피탈의 소아내분비과 교수 벨린다 레너즈는 “이들의 혈당 조절은 믿을 수 없으리만큼 좋아 보였다”면서 제1형 당뇨병 클리닉에서 흔히 보던 일이 아니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연구는 대조군을 가진 무작위 실험이 아닌 관찰 연구였다. 연구원들은 페이스북에서 로카브 다이어트를 하는 당뇨병 치료모임 ‘타입원그릿’(TypeOneGrit)을 통해 316명의 참가자를 모집했고(이중 130명은 부모가 동의한 어린이) 이들의 의료진과 연락해 의료기록을 검토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당뇨병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별히 어린이들에게 안전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당뇨 환자의 치료법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논문의 저자들은 이 연구 결과만 보고 환자들이 의사와 상의도 하지 않고 당뇨병 관리방법을 바꾸어서는 안 되며, 대규모의 임상실험을 거친 후에야 이 방법의 대중적인 적용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약 125만명의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이 혈당을 조절할 충분한 인슐린을 생산하지 않아서 생기는 병으로 대부분 선천적이다. 이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일 정기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데, 특히 혈당이 높은 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할 때는 더욱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서 만성적으로 상승한 혈당은 신경과 신장의 손상과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병에 대한 표준적인 접근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인슐린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혈당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인슐린은 덜 필요로 한다는 논쟁이 있어왔으나 이 접근법은 널리 연구되거나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이를 철석같이 추종하고 있다. 타입원그릿은 페이스북에 약 3,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84세의 닥터 리처드 번스타인이 고안한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다. 자신도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닥터 번스타인은 저서(Dr. Bernstein’s Diabetes Solution)에서 하루 탄수화물 섭취를 고구마 한 개나 익힌 브로콜리 4~5컵에 해당하는 30그램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가 적을수록 인슐린으로 혈당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더 쉽다고 주장하는 닥터 번스타인은 비전분 채소, 해산물, 견과류, 고기, 요거트, 두부, 그리고 아몬드 밀가루와 설탕 대체물 및 저혈당 성분들로 만든 음식을 추천한다.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는데, 이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시간 대학의 당뇨병 전문가 조이스 리 박사는 연구 결과가 인상적이지만 여기 참여한 환자들은 ‘고도로 의욕적인’ 집단으로서 많은 사람이 이들처럼 제한적인 식이요법을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 주의 인력관리인 데릭 라울러슨(46)과 그의 아들 카너(13)는 둘다 1형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혈당 조절을 위해 수년 간 투쟁하던 라울러슨은 6년 전 주스, 빵, 감자, 그리고 단순 탄수화물을 포기하고 단백질과 비전분 야채들 위주의 로카브 식단으로 바꿨다.
“그때부터 체중이 줄었고 인슐린 투여양도 절반이나 줄였다”는 라울러슨은 “지금은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하고 있으며, 더 이상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카브와 고단백 식단을 유지하면 혈당 조절이 훨씬 수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i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