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관·난소·골반에
자궁내막 비정상 증식
생리혈 배출 안돼 발생
허리 끊어질 듯 아프고
밑 빠지는 것 같은 통증
여성은 때마다 하게 되는 생리. 그러나 생리통이 유난히 심한 여성들이 있다. 생리통이 너무 심하다면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난소종양 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중에서 자궁내막증은 여성 난임의 흔한 원인 중 하나다. 가임기 여성의 약 10%에게 자궁내막증이 발생하며,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는 여성의 30~40%는 난임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3월은 자궁내막증 인식의 달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억7,600만명의 여성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환자가 약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가 2014년 9만777명에서 2015년 9만4,857명, 2016년 10만3,404명으로 2년 새 13.9% 증가했다. 자궁내막증에 대해 헬스데이 뉴스 웹사이트에 정리된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요약했다.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은 자궁 안에 존재하는 점막으로 여성 생리주기에 맞춰서 발달과 퇴축이 반복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은 자궁내막에 착상하고 자라게 된다. 그러나 자궁 안에 존재해야 하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 생식기를 둘러싼 복강 내에 있는 나팔관, 난소, 골반 측벽 등에서 비정상적으로 부착돼 증식하는 것이 자궁내막증이다. 직장이나 방광까지 자궁내막증 병변이 침범할 수도 있다.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자궁내막증 병변이 침범한 곳의 자궁 내막 조직은 생리주기 때마다 호르몬 영향으로 두꺼워지고 탈락돼 출혈도 생긴다. 정상적으로 자궁 안에 있었다면 혈액과 조직이 떨어져 나가는 데는 생리혈로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자궁내막증이면 배출될 곳이 없어 복부에 극심한 압박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인체 면역체계는 잘못 정착한 자궁내막 조직을 외부조직으로 인식해 공격하게 된다.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생리 기간 동안 아주 심한 생리통에 시달리거나 또는 성관계를 할 때 통증이 심하다. 그러나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 중에 별다른 증상이 없는 여성도 있다.
또한 꾸준히 진행되는 문제라 통증의 심한 정도는 처츰 더 심해진다. 10대나 20대 초에 일찍 자궁내막증을 진단을 받는 경우 대개 의사는 임신을 30대 초반 이후로 연기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원인
정확한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학계에서 원인으로 보는 가능한 요인들을 살펴봤다.
▲생리혈 역류: 생리기간 동안 자궁내막 세포가 포함된 생리혈이 나팔관을 통해 몸 밖이 아니라 복강 내로 역류하게 된다. ‘역행성 월경’이라고도 하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는 거의 모든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대개는 복강 내로 유입된 생리혈은 별다른 영향 없이 없어진다. 그러나 일부 여성에게서 자궁내막증이 생기는데 호르몬 결함 또는 면역체계 약화 등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유전적 요인: 자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관련성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엄마가 자궁내막증이 있었다고 해서 꼭 딸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력도 연관된 부분이다.
▲복막세포 변형: 호르몬 또는 면역인자가 복막세포를 자궁내막 세포로 변형시킨다는 이론이다.
▲수술관련: 극히 드물지만 복부 수술 중에 자궁내막 조직이 혈류나 림프절을 통해 이동해 퍼질 수 있다.
▲환경적 요인: 일부 예비 연구에서는 자궁내막증 발병률이 다이옥신, 비스페놀 A 등 환경호르몬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다이옥신, PCB에 노출된 붉은털 원숭이 연구에서 환경호르몬이 자궁내막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은 호르몬 교란으로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들고 자궁내막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증상
생리통이 심하다. 그냥 아프다 정도가 아니라 몸을 운신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된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아프다거나 혹은 밑이 빠지는 것 같다고도 호소한다. 생리할 때 출혈량도 많다. 생리 전에 분비물이 나오기도 하며, 생리주기 사이에 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생리 바로 전에 복부 통증이나 심한 골반통을 겪기도 한다.
또한 성관계 중이거나 후에 통증이 있으며, 아랫배가 아픈 증상도 있다.
생리기간 중 대변이나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거나 설사를 한다.
그러나 증상이 전혀 없다가 임신 계획 중에 난임 요소로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심한 생리통을 줄이려면
일단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요법으로는 따뜻한 목욕, 온열 패드나 따뜻한 물병을 아랫배에 찜질해주는 요법, 진통제(아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등) 복용 등이 추천된다. 잠이 부족하거나 지나친 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알코올 등은 생리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의사 중에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인 ‘아나프록스 DS’(나프록센)을 처방하기도 하는데 하루에 2알 생리하기 2~3일 전부터 미리 복용한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 변비나 설사, 장 문제를 완화한다.
#난임 및 난소암과의 관계
연구들에 따르면 자궁내막증을 갖고 있는 여성의 30~40%는 난임이며, 이는 일반 여성의 2배 비율이다. 반대로 난임 여성의 1/4~1/2 가량이 자궁내막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자궁내막증으로 자궁 유착과 흉터 조직은 난관을 막고, 배란이 일어나지 않게 난소 주위를 감싸거나 자궁을 봉쇄해 임신을 가능하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임신이 되고 수정란이 착상하면 자궁내막증은 임신을 방해하거나 해가 되지 못한다. 반면 임신 기간 중에 자궁내막증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자궁내막증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경도에서 중증이라면 임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은 난소암 발병 위험률이 높다. 자궁내막증은 난소암의 위험요소로 분류된다. 물론 난소암의 전체 발병 위험률은 낮은 편이다.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자궁내막증은 난소암의 위험을 높이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는 낮다. 극히 드물지만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에게 자궁내막증과 관련된 선암이 나중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진단 및 치료
진단은 쉽지 않다. 골반 검사, 초음파, 혈액 검사 등을 하며, 진단을 위한 복강경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어려서는 복강경 수술을 할 수가 없고, 일정 나이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법은 현재로서는 확실한 완치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 옵션은 증상이 어떤지, 임신 계획 여부 등에 따라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약물 치료 및 수술까지 선택할 수 있다. 대개는 진통제, 피임약으로 생리통과 생리양을 조절한다.
약물 치료는 데포-프로베라(Depo-Provera, DMPA)라는 피임 주사제를 사용해 생리를 중단하는 방법이 있다. 데포-프로베라는 장기간 사용하면 골밀도가 낮아질 수 있어 2004년에 연방 식품의약국(FDA)에서 블랙박스 문구 경고 삽입을 명령한 바 있다.
다나졸도 오래 사용돼온 치료제로 에스트로겐을 대체하는 합성된 남성 호르몬이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지나친 모발 성장, 여드름, 유방 축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생식선 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GnRH)에 속하는 약물은 폐경기를 유발해 자궁내막증 퇴화를 유도하지만 FDA에서는 6개월까지만 사용할 수 있게 권한다. 폐경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중에서는 천연 프로게스테론이 함유된 크림을 처음부터 처방하기도 한다. 크림은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 병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내추럴 프로게스테론 경구용 알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수술로는 복강경을 이용해 레이저나 초음파로 낭종과 병변을 제거하기도 하며, 외과적 수술로 장기에 유착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레이저 기술의 발달로 수술은 보다 빠르고 정확해진 면이 있다. 과거에는 자궁 적출술 또는 난소 절제술이 심각한 자궁내막증 치료법으로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을 위한 최후 치료법으로 권한다. 생식기 절제술이 확실한 치료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환자는 이런 생식기 제거술을 받고도 자궁내막증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있다.
#그 밖의 대안요법
피시 오일 보조제가 생리통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통합의학을 교육받은 자연요법사(Naturopaths) 및 산부인과 의사는 식습관을 바꿔 과다한 에스트로겐 생성을 줄이는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지방산이 함유된 연어나 견과류를 매일 섭취하며, 육류 및 유제품 섭취량은 줄이고, 콩 및 양배추와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 섭취는 늘리며, 종합비타민제 섭취 등을 권하기도 한다. 한방치료, 동종요법, 마사지, 앨러지 치료 관리 등 비전통적 치료법들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은 아직 없지만, 효과를 봤다는 여성들도 있다. 어떤 방법을 쓰던지 간에 먼저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이온 객원기자>
가임기 여성의 10%에게 나타날 수 있는 자궁내막증은 심한 생리통, 골반통을 수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