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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 수술 한계 뛰어넘었다”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8-02-19 10:10:19

혈액형,간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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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70%가량 기능을 잃어도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몸이 붓고, 황달이 생겼다면 이미 간은 70% 이상 기능을 상실해 치료가 어렵다.

말기 간질환을 치료하려면 뇌사자나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이 최선이다.

간이식 수술은 ‘이식의 꽃’으로 불린다. 간 내부 혈관 구조가 복잡해 수술이 매우 까다롭고, 10시간 넘게 수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이식 수술 가운데도 고난도 수술이 바로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이다. 간이식 수술에 매달려온 송태진(55)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를 만났다. 

송 교수는 특히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 수술을 많이 시행했으며, 2013년 국내 최초로 전격성 간부전 환자에게 해당 이식수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혈액형 부적합 생체 이식수술 특이 항체 제거 거부반응 없애 가족 간 이식 활발해져

비교적 건강해야 시행하지만 최근엔 의식 없는 환자도 성공

 

 

 

 

▲간질환은 왜 초기 발견이 어려운가.

“우리 몸속의 장기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해 손상을 당한다. 그러면 자각 증상이 나타나 몸의 이상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오랫동안 손상이 진행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간에는 통증감각수용체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암 진단을 받기 전 2년 동안 한 번도 검진을 받지 않은 그룹보다 한 번이라도 검진 받은 그룹에서 간암이 조기 발견될 확률이 1.82배 높았고, 사망 위험은 18.5% 낮았다. 또한, 같은 기간 2회 이상 검진을 받은 그룹에서는 검진을 받지 않은 그룹보다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확률이 2.58배 높았고, 사망 위험은 23.8%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와 간경화증 환자는 정기적으로 간암 진단을 받아 간암을 조기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말기 간질환이라면 어떻게 치료하나.

“간질환이 만성화되고 악화해 기능을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말기라면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즉, 간경변증, 급성 간부전, 간암일 때 간이식을 한다. 어른 환자의 경우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1년 내에 사망하는 심한 간경화나 독성물질이나 간염바이러스 등으로 급격히 간이 망가져 1~2주 안에 목숨을 잃을 급성 간부전, 달리 치료할 수 없는 간세포암이라면 이식수술을 시행한다. 어린이 환자는 선천성 담도폐쇄증, 급성 간부전증, 선천성 간 대사효소 부족으로 간에 해로운 물질이 쌓이는 대사성 간 기능 저하 등이 있다면 간이식을 한다.”

 

▲혈액형이 다른 사람 간을 기증받아도 수술 가능한가.

“간이식 수술 한계를 뛰어넘은 사건이 바로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이다. 간을 기증하고 이식받는 사람의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수술할 수 있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수술은 혈액형이 같아야만 이식할 수 있다고 알려진 상식을 뛰어넘은 수술이다. 적혈구의 항원과 환자 혈장 안의 항체가 응집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혈액형 특이 항체를 제거해 거부반응의 위험을 없앤 뒤 이식수술을 한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려면 기존 혈액형 적합 간이식 수술과 달리 환자에게 이식하기 전에 면역억제제(리툭시맙)를 투여하고, 혈장교환술도 시행한다. 간이식 수술은 가족에게서 공여 받은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가족이라도 혈액형이 다르면 이식수술이 불가능했지만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이 가능해진 뒤 거부반응 위험이 사라져 가족 간에 간이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50대 남편이 혈액형이 다른 부인에게 간을 기증해 우리 병원에서 이식수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은 통상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간부전 환자에게 시행한다.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혈액형 특이항체를 제거해야 하므로 수술하기 전에 최소한 2주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단일클론항체, 혈장교환술 및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이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간이식팀은 중환자실에서 두 달여간 의식불명 상태로 욕창과 폐렴이 동반돼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를 집중 관리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간이식 수술 후 주의해야 할 점은.

“수술하는 환자는 수술 받기 전에 기초 체력이 떨어져 있어 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다. 그래서 수술을 받은 뒤에 집중적으로 관찰해 안정과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이식된 간에 대한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반드시 면역 억제 치료를 해야 한다. 감염 위험이 늘어나기 때문에 격리 치료도 받게 된다. 수술할 때 연결했던 혈관이 다시 막히면 즉시 재수술해야 하므로 혈류 관찰도 한다.

환자가 퇴원해도 감염될 위험이 여전히 높기에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반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사람이 모인 곳에 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각종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배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간질환 환자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간질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 B형 간염이다. 간염에 한 번 감염되면 대다수가 만성 간염으로 이어지고, 이 가운데 30~40%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한다. 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과음을 피하고 정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다.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데 폭음하거나 간을 혹사하면 거의 간경화로 악화할 수 있다. 알코올의 독성물질 중 80%는 간에서 해독작용을 하는데, 간이 처리할 수 없으면 간 손상을 넘어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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