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대학교수와 지역사회 리더로 활동해온 방글라데시 출신 이민자가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40년 간 거주하면서 영주권까지 받은 폴란드 출신 의사가 최근 이민당국에 체포된 데 이어 미국 사회에서 장기간 정착해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이민자들도 추방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오래 전 정착한 시에드 아흐메드 자말(55)은 지난달 31일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캔자스 주 로런스에 있는 집을 나섰다가 앞마당에 대기하고 있던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로 연행됐다.
14살과 12살, 7살 된 세 자녀와 아내가 자말이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말은 애초 학생 비자로 미국에 왔다가 분자생물학과 제약학 학위를 딴 뒤 비자를 전문직 종사자에게 주는 H-1B로 바꿨다.
미국에서 세 아이를 낳아 자녀는 모두 미 시민권자다. 아내는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학부모 위원회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자말은 캔자스시티 파크대학에서 부교수로 화학 등을 가르친다. 여러 병원에서 연구활동을 한 경력도 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신분이 비교적 확실한 편에 속하는 자말을 연행한 이유에 대해 "공공안전과 국경보안에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개인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를 체포한 구체적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민 전문 변호사 제프리 베넷은 "자말의 체포를 보면 이민세관단속국이 과거 범죄 전력이 있거나 현재 체류 비자가 만료된 사람만 문제 삼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미국에 20∼30년씩 거주한 이민자도 체류 지위에 문제가 생기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