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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받은 항생제, 증상 호전돼도 임의로 끊지 마세요”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7-12-11 10:10:37

처방,항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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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약’ 으로 불리던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내성 문제 맘대로 복용방법 바꿔도 안 돼

최근 3개월 내 항생제 먹었다면 다른 성분의 항생제 복용해야

 

 “귀순 북한 병사에게 투여한 항생제가 너무 잘 듣는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가 심각한 폐렴에 걸리자 항생제를 투여했는데 증세가 드라마틱하게 호전되자 의료진은 이렇게 말했다.

이 의료진은 “북한에서 항생제 치료를 많이 받지 않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기적의 약’이었던 항생제의 과다 사용으로 이젠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耐性)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부터 11월 셋째 주를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으로 정했다. 우리나라도 항생제를 경제개발협력기구(OCED) 회원국 평균보다 많이 사용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항생제 바로 쓰기 운동본부’까지 만들었다.

 

“중환자실 항생제 내성 감염 늘어”

1928년 영국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페니실리움 속 곰팡이에서 세계 최초 항생제 페니실린을 추출했다. 1941년부터 쓰이기 시작한 ‘기적의 약’ 페니실린 이후 스트렙토마이신, 테트라사이클린, 반코마이신 같은 다양한 항생제가 쏟아져 나왔다. 인류의 질병을 정복하리라는 낙관은 빗나갔다. 페니실린은 내성균(슈퍼 박테리아)이 워낙 많아져 거의 쓸 수 없는 항생제가 됐다. 다른 항생제들도 내성균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황색포도알균은 1960년대 이미 내성이 80%나 됐다.

지난해 5월 영국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70여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한다. 2050년엔 항생제 내성으로 매년 1,000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우리나라도 항생제 과다 사용국이다. OECD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OECD 평균보다 높고 특히 광범위 항생제 사용량은 OECD 평균보다 2.5배나 많았다.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마다 감염 예방에 노력하지만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며 “특히 중환자실에서 항생제 내성 감염이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항생제 내성균 감염의 위험성을 정부도 신경 쓰고 있지만, 관련 정책 수립은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의로 복용법 바꾸거나 끊지 말아야”

처방된 항생제는 정해진 복용법에 따라 먹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임의로 복용법을 바꾸거나 복용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1주일치 항생제를 처방 받으면 사흘 만에 증상이 사라져도 남은 4일치까지 모두 먹어야 한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환자가 처방 받은 항생제를 하루 2번 먹을 것을 한번만 먹는다거나, 소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한번만 먹는 등 복용법을 바꾸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마틴 르웰린 영국 브라이튼 석시스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처방된 항생제를 완전히 먹지 않고 중단하면 내성이 커진다는 주장은 증거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항생제를 먹게 돼 장기적으로 내성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예컨대 신우신장염을 치료할 때는 ‘β-락탐’이라는 항생제를 2주간 처방하도록 권고된다. 하지만 2주 동안 먹어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게 르웰린 교수의 지적이다. 또한, 세균이 없어진 뒤 항생제를 먹으면 무해한 공생균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장에 사는 공생균은 유해 내성균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항생제에 의해 공생균이 사라지면 유해 내성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에 대해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가 입장에서도 부작용 위험을 낮추고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항생제를 짧은 기간 복용하도록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예컨대 어떤 질환에 대해 2주간 복용해야 했던 약을 1주간 복용해도 된다고 하면 1주간의 복용으로 지침을 변경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나쁜 균이 제거됐는데 항생제를 계속 먹으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상재균)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균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남아 있는 균이 내성을 가질 수 있다”며 “특히 약을 먹다가 먹지 않는 것을 반복하면 균은 내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생제를 복용했다면 최소한 3개월 동안 같은 성분의 항생제를 먹지 말아야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항생제 내성 방지를 위해 같은 성분의 항생제를 3개월 내 다시 쓰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3개월 내 항생제를 복용했거나 장기간 복용한 적이 있다면, 다른 성분의 항생제 처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엄 교수는 이어 “항생제 복용 후 48~72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항생제 내성을 의심할 수 있다”며 “이럴 때에는 다른 성분의 항생제를 먹어야 치료효과도 높고 항생제 복용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처방받은 항생제, 증상 호전돼도 임의로 끊지 마세요”
“처방받은 항생제, 증상 호전돼도 임의로 끊지 마세요”

 

의사에게 처방 받은 항생제를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다간 오히려 항생제 내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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