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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 폐암도 생존율 2배… 글로벌제약사 ‘항암치료 3차 대전’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7-12-05 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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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S·MSD 2강 구도 속 로슈 맹추격 ‘3파전’

 “수요폭발 대비” 임상 시험·대형 M&A 잇따라

세계 제약·바이오시장 ‘게임체인저’ 될 수도

 

“종양 변이가 심한 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여보이’를 같이 투여했을 때 1년 생존율이 62%에 달했습니다. 이는 기존 치료법인 단독요법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달 중순 ‘제18회 세계폐암학회(WCLC)’가 열린 일본 요코하마 퍼시피코요코하마 전시장. 발표가 시작되자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100여명의 내과전문의들이 순간 술렁였다.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이 소세포암 환자에게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다.

발표자로 나선 미국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MSKCC)의 매슈 헬만 박사는 “기존 옵디보만 투여한 소세포폐암 환자는 1년 생존율이 35%에 그쳤지만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에서는 62%까지 생존율이 높아졌다”며 “암세포의 변이가 높은 중증 폐암 환자일수록 효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체 폐암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소세포폐암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꼽혀왔다. 비소세포암보다 재발률이 높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수술도 어려워 말기 환자의 생존율이 1%에 불과하다. 앞서 비소세포암 치료제로 면역항암제가 출시된 적은 있지만 소세포암에 효능이 입증되자 학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폐암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날 행사장 옆에 마련된 제약기업 전시 부스에서는 20여개의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을 완료했거나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를 소개하며 학회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학회에 소개된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여보이는 이미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된 제품이다. 완전히 새로 개발된 신약이 아님에도 전 세계 의사들이 이들 제품에 주목하는 것은 제품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늘고 있기 때문.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를 ‘꿈의 암 치료제’로 부르는 이유다. 

면역항암제의 역사는 10년이 채 되지 않지만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BMS와 MSD가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로슈·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머크·노바티스 등이 면역항암제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 2011년 여보이를 선보인 BMS는 2014년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공동 개발한 옵디보까지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옵디보는 흑색종·비소세포폐암·신세포암·림프종·편평세포암·요로상피세포암·직결장암·간세포암 등 모두 8종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단일 의약품으로 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MSD는 2014년 ‘키트루다’를 출시하며 면역항암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흑색종·비소세포암·림프종·위암 등 7종의 치료질환에서 FDA의 허가를 받았고 유방암·대장암·식도암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지속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암이 꾸준히 늘고 있어 BMS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로슈가 방광암 치료용 면역항암제 ‘티센트릭’으로 출사표를 내밀면서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3파전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 기준 면역항암제 점유율에서 BMS가 54%로 선두를 차지했고 MSD(40%), 로슈(6%)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후발주자로 진입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도 매서운 기세로 치료질환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면역항암제 시장에 사활을 거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로 암 환자가 늘면서 면역항암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부작용이 심하고 2세대 표적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3세대 면역항암제는 효능과 안전성에서 가장 앞선 암 치료제로 꼽힌다. 

면역항암제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총아로 부상하면서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인수합병(M&A)도 잇따르고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 8월 바이오벤처 기업 카이트파마를 119억달러(약 13조3,000억원)에 인수해 전 세계 제약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9년 설립된 카이트파마는 지난해에만 3억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지만 길리어드는 시장가보다 30% 웃돈을 주고 계약을 체결했다. BMS도 지난달 면역항암제 전문기업 IFM테라퓨틱스를 13억달러(약 1조4,500억원)에 인수하고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올 1월에는 일본 다케다제약이 백혈병 치료제 기술을 보유한 미국 아리아드제약을 52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도했다. 이 때문에 면역항암제가 글로벌 바이오제약 업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면역항암제에 주력하기 위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과감하게 철수한 BMS가 대표적이다.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간을 투자해 개발에 성공한 면역항암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암 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암은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의 하나로 남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이지성·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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