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받으면 정상생활… 초기 외부활동 자제”
“약 꾸준히 먹는 것과 잠복환자 관리 중요”
“미 이민자 발병 많아… IGRA검사 효과적”
한국은 결핵 발병 1위국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만6,000명의 결핵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정부는 이런 불명예를 씻기 위해 잠복결핵의 예방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환자 사망률은 3.8%로 높아 ‘결핵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 결핵 전문가 회의(Tuberculosis Advisory Meeting)’에 참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건부 공중보건국장인 캐런 스미스 박사와 김희진 결핵연구원장과의 대담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결핵은 약만 제대로 지켜 잘 먹으면 고칠 수 있는 병”이라며 “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핵이 어떻게 발병하는지.
김희진 결핵연구원장: 몸 속에 결핵균이 살아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 감염자의 10%만이 ‘활동 결핵’으로 나타난다. 이는 100명 가운데 90명은 결핵균이 몸 속이 있지만 결핵에 걸리지 않고 지낸다는 뜻이다. 잠복결핵을 치료하는 것은 발병률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 고교 1학년생, 군 장병, 40세인 사람 등은 집단생활을 하기에 검사를 시행한다. 최근 고교 1학년생은 감염률이 낮지만 발병 위험률이 높아 최근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고, 40세인 사람은 발병 위험률은 낮지만 당뇨병 등 결핵 발병 위험을 높이는 취약집단이 다수 존재하고 감염률이 높기에 대상이 되고 있어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잠복결핵 감염검사에 포함됐다. 또한 15세 이후 결핵이 증가하는데, 이는 청소년기의 호르몬 변화와 활동 범위 확대로 감염될 가능성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 1위인데.
김희진: 국내 결핵 감염률이 25~30%이다. 우리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몸 속에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1950년대 때부터 결핵이 폭발적으로 퍼져서다. 이미 감염된 사람 가운데 결핵 환자로 진행하는 비율은 연간 0.08%(1만명 당 8명) 정도다. 이들이 아직 생존해 있기에 당분간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려면 결핵 발생률이 높은 고령층 등 위험군에게 검진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인 잠복결핵 감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결핵 발병 현황과 어떻게 관리하는지.
캐런 스미스 박사: 한국만큼은 높지 않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결핵 발병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 속도가 둔화하는 게 문제다. 미국 정부는 결핵 감염률을 빨리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결핵 관리에 대한 정책 입안과 치료 우선순위 파악, 펀딩 등을 하고, 주정부는 관리를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아주 큰 면적이기에 결핵 발병지역과 발병 위험군 등 세부정보를 파악해 결핵 퇴치 사업을 펼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결핵 감염자의 80%정도는 10여 년 전 결핵 감염률이 높은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이라 이들에게 결핵 위험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잠복결핵 진단법으로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TST)와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GRA)가 있는데.
김희진: TST는 200여 항원으로 구성된 시약을 넣어 부어 오름 정도로 결핵 감염 여부를 판정한다. 검사비는 상대적으로 싸지만, 국내에서는 영ㆍ유아기에 맞은 BCG 접종으로 위양성(false-positiveㆍ본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잘못 나오는 것)이 높다. IGRA(대표적으로 퀀티페론)는 결핵 특이 항원을 사용하므로 특이도가 상당히 높고, 위양성이 낮다.
스미스: TST는 위양성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 이민자 가운데 BCG 접종이 많고, 검사자의 판독력과 시약을 주입하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등 변수가 굉장히 많다. 또한 TST는 약물 주입과 부어 오름 정도 확인하기 위해 2번이나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검사 인력에도 비용이 들고, 위양성이 높아 결국 흉부 X선 검사를 다시 해야 하므로 비용이 결과적으로 더 든다. 반면 IGRA는 특이도와 민감도가 높아 더 정확하다. 위양성을 판단하기 더 정확하다. 수감자, 학생, 장기 요양시설 종사자 등 많은 사람들을 검사하려면 IGRA가 훨씬 낫다. 퀀티페론과 같은 신뢰성 높은 IGRA를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하고 국제보건기구(WHO)가 권고하고 있다.
▲결핵을 퇴치하려면.
스미스: 결핵은 전형적인 공중 보건 문제다. 감염자들이 제대로 치료 받는지, 의사가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지, 의사가 결핵 퇴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치료 장애물이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돼 있다. 의사들에게는 결핵 감염을 판단해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 감염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감염자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면 치료를 제대로 도와줄 수 없다. 공중보건 담당자인 저는 감염자를 치료하고 돕기 위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결핵은 의료 문제이자 사회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결핵 퇴치는 요원하다.
김희진: 결핵을 퇴치하려면 국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나라별로 결핵 실태와 동원 가능한 보건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의료계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결핵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이전에 결핵으로 많이 숨졌기에 결핵 환자를 백안시하는 게 현실이다. 잠복결핵 환자도 기피하기에 이런 편견을 없애는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환자가 제대로 치료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활동성 결핵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스미스: 결핵은 치료 받으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전염력이 남아 있는 치료 초기엔 집에 머물며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또한, 가족ㆍ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친구들을 불러 결핵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결핵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데 노력해야 한다. 감염된 상태가 지나게 되면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다.
김희진: 결핵 치료에 가장 중요한 점은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치료 초기에는 약을 열심히 먹다가 몸이 다 나은 것 같다고 생각되는 두 달 뒤부터 많은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 또한, 치료 초기에 전염성이 있을 때는 집에 머물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환자가 생기면 철저히 관리하고 복약도 확인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국제적인 표준 환자관리법의 하나인 직접복약확인(DOTㆍDirectly Observed Treatment) 치료가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어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리ㆍ사진=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김희진(왼쪽) 결핵연구원장과 캐런 스미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건부 공중보건국장이 지난 2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생명4로에 있는 결핵연구원 앞뜰에서 결핵 치료와 퇴치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