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로서의 그리스는 세계 최고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발굴이 수백년 넘게 이어져왔지만 현재까지도 끝없이 유물이 출토되고 있고 그 흔적은 기원전 8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책에서 보고 배운 신들의 이야기는 이 나라의 역사이며, 민주주의^자유^평등과 같은 정신적 가치도 이곳에서 싹텄다. 그래서 방문하는 곳곳이 유적이며, 두 발로 밟는 곳곳이 역사다.
▦지중해가 잉태한 동화같은 섬 ‘산토리니’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한 산토리니는 쪽빛 에게해에 뿌려진 그리스 2,000여개 섬의 여왕 격이다. 해안절벽 위 마을 풍경과 비현실적인 색감의 바다, 그리고 찬란한 태양은 현기증이 일 정도로 눈부시다.
산토리니의 중심은 피라 마을이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행자들은 주로 피라 마을에 머물며 섬 곳곳을 여행한다. 피라 마을은 해발 100~300m에 이르는 해안절벽 위에 자리하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옛 사람들의 방식대로 이곳의 마스코트인 당나귀를 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것도 재미있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바라보는 해안선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 또 고고학 박물관, 도미니카 수도원, 가톨릭 성당 등 문화적인 볼거리도 풍부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불가사의한 신의 솜씨 ‘메테오라’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는 뜻의 메테오라. 피니오스강 상류에 기둥 모양으로 우뚝 솟은 기암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 정상에 수도원이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이 불가사의한 광경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장관을 이루지만 정작 여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은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수도원 내부다.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휴게실, 기도실 그리고 정원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평생을 암벽 위에서 선과 악, 회개와 기도를 거쳐 영원한 기쁨과 도덕적 자유를 얻고자 했던 수도사들의 유골이 보관된 방이 눈길을 끈다.
▦신들의 발소리가 깨어나는 도시 ‘아테네’
그리스의 수도인 아테네는 에게해의 섬들로 향하는 기점이자, 그리스 문명의 완성작이라 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아테네의 유적들은 신화를 간직한 채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일대에 흩어져 있다.
아테네에서의 경험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고개를 들면 고대 그리스의 흔적인 아크로폴리스가 눈에 들어오고 도로 위 버스는 대수롭지 않은 풍경이라는 듯 제우스 신전 옆을 빠른 속도로 스쳐간다. 아테네에서의 하루는 과거와 현대가 복잡하게 뒤엉켜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미지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대 아네테를 수호하던 가장 강력한 존재이자 시민들이 사모했던 신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Athena)였다.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빛나며 위대한 유산으로 칭송받는 파르테논은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신전이다. 파트레논이란 이름에도 ‘처녀의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원전 432년, 당대 최고의 조각가 피디아스가 15년에 걸쳐 완성한 파르테논은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46개의 기둥이 떠받드는 모양새다. 세계문화유산 1호이자 유네스코의 엠블럼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신전 내부 신상들은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파손된 채 보존돼 있다. 비너스상은 파리, 얼굴을 쳐다보기만 하면 뱀으로 변해버린다는 메두사신상은 이스탄불 저수지, 나이키신상은 터키의 에베소스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리스의 후손들은 문화재를 지키지 못했다. 나라가, 민족이 힘이 없으면 과거의 흔적이 함께 사라지는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정복자들이 종교부터 말살함으로써 그들의 문화를 지우고 지배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중국과 일본이 역사를 수정하고 왜곡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그래도 아테네는, 메테오라는, 파르테논 신전은,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에 남아있다
▦무수한 이야기를 품은 ‘고린도’
아테네를 잇는 다음 여행지는 고린도다. 성경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고대 도시 고린도! 고린도에서는 세계 3대 운하 중 하나인 고린도 운하가 압권이다. 이오니아해와 에게해 사이에 놓인 육지를 두동강 내어 깎아지를듯 파인 절벽 밑으로 눈부신 비취빛 바닷물이 흐른다.
운하에서 8㎞ 떨어진 고대 도시 고린도에는 고대 도시 유적과 박물관, 오랜 세월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온 아폴론 신전 등이 있다. 기원전 6세기에 세워져 몇 차례 지진이 발생, 유적의 상당수는 폐허가 되었지만 과거 로마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구의 푸른 보석, 자킨토스
자킨토스는 그리스의 서쪽 이오니아 제도에 있는 섬이다. 최고 명소는 나바지오(Navagio) 해변으로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등장한 이래로 더욱 조명받고 있다.
나바지오는 초승달 모양으로 둘러싸인 암벽 아래 코발트색 물감을 푼 바다가 새하얀 모래를 적신다. 해변 한가운데에는 풍경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배 한 척이 시간 속에 영원히 멈춰 있다. 1980년 밀수품을 싣고 항해하던 파나기오티스 호가 그리스 해군에 쫓기다 난파됐는데 그대로 둬 이제는 명물이 됐다고 한다.
자킨토스는 또한 붉은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여름밤이 되면 암컷 거북이들은 섬의 남쪽 라가나스 베이로 향해 고운 모래에 알을 파묻는다.
▦ “너 자신을 알라”…‘델피’
델피는 가장 유명한 신탁(神託)의 장소로 숭배됐던 곳이다. 여기서 신탁이란, 신을 통해 예언을 해주는 사람이나 그 매개가 되는 기관을 말한다. 당시 국가적 중요한 사안인 전쟁이나 식민지 건설 등이 있을 때마다 왕들은 이곳에서 신탁을 청했다. 신탁의 신전이기 때문에 그리스 곳곳에서 봉헌된 보물로 아폴론 신전 창고는 가득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아폴론 신전은 많이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2,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뚝 서 있는 신전의 기둥과 극장 터가 옛 위용을 보여준다. 신전의 벽에는 당시 아폴로의 말이라는 147개의 경구가 새겨져 있었다. ‘델피의 격언’으로 불리는 이 경구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너 자신을 알라’다. 소크라테스가 끊임없이 했던 바로 그 말.
이뿐 아니라 ‘신을 따르라’ ‘법을 준수하라’ ‘부모를 존경하라’ ‘정의에 무릎 끓어라’ ‘배운 것을 적용하라’ ‘들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분노를 조절하라’ ‘명예를 존중하라’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 존재임을 생각하라’ ‘나라를 위해 죽어라’ 등등 지금 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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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수도원 메테오라.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신비로운 풍광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배경지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태양의 섬 자킨토스.백사장에 정박한 한 척의 배와 붉은 바다거북이가 유명하다.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의 위대한 유산이다(세계문화유산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