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발간한 ‘2019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0년 29.7%였던 국내 비만 유병률은 2018년 35.7%로 증가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유병률이 높아졌다.
특히 30대의 비만 유병률은 2009년 32.2%로 50~70대(34~38%)보다 낮았지만 2018년에는 40.5%로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젊은 연령층의 비만 유병률 증가폭이 두드러져 향후 비만이 더욱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비만은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심장병, 뇌졸중, 2형 당뇨병 등을 동반하는 고도비만은 적극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고도비만 환자가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안전하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수술이라는 걸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후 비만대사수술 건수가 증가했지만 ‘운동이나 식이조절로 살을 빼는 게 귀찮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는다’는 잘못된 통념이나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예뻐지기 위한 성형수술이나 지방흡입수술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만대사수술 대상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이거나 30 이상이면서 비만관련 합병증(고혈압,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위식도역류증, 지방간, 다낭성 난소질환 등)이 동반된 경우로 제한된다. 키 170㎝ 남성의 체중이 101.2㎏ 이상이거나 160㎝ 여성의 체중이 89.6㎏ 이상이면 BMI 35 이상이 된다.
80㎏인 사람이 운동과 식단 조절로 5㎏ 감량에 실패했다면 의지 부족을 탓할 수 있다. 그런데 101㎏인 사람이 30㎏ 감량에 실패했다고 의지 부족을 탓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의지로 30㎏을 감량하고 요요현상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체중을 가장 감량하고 싶은 사람은 고도비만 환자 본인이다.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없이 살빼기 시도를 했지만 계속된 요요현상으로 고도비만에 이르게 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도비만 환자는 보다 적극적인 관리·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비만이라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고도비만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전문적 식단관리, 운동요법,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도 포함될 수 있다. 적극적 관리에도 고도비만으로 진행됐다면 더 늦기 전에 수술적 치료를 고민해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은 결코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이 편하게 살을 빼려고 택하는 수술이 아니다. 고도비만이라는 병에 걸린 환자들이 더 이상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받아야 하는 의학적 증거가 충분한 치료 방법이다. 아울러 좋은 식습관, 좋은 운동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술 전과 똑같이 안 좋은 습관을 유지해도 저절로 체중이 빠지거나 건강이 좋아지는 수술로 이해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수술 후에는 음식을 적게 섭취하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 체중이 줄어 이전보다 운동이나 활동이 편해진다. 때문에 수술 전과 비슷한 노력을 하면 체중감량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훨씬 더 크다. 간혹 수술 후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부분은 먹는 양이 줄었어도 수술 후 식습관에 만족해 한다. 좋은 습관을 통해 몸이 건강하게 바뀌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비만대사수술은 위를 절제해 크기를 줄이는데 꽤 안전하다. 맹장수술 정도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높지 않다.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