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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뜻이 안 떠오른다고?… 뇌 손상 빠른 ‘조발성 치매’ 주의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4-12-02 09:01:19

조발성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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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건강 - 전문의에게 듣는다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건망증 중에도 이런 게 있어요. 어떤 단어를 들었는데 갑자기 그 단어의 뜻이 뭔지 모르겠는거예요. 아니면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그때 그랬었잖아’라고 기억을 떠올릴 도움말을 줘도 도통 기억이 안 나는 경우라면 치매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강성훈 신경과 교수는 만 65세 이전에 나타나는 조발성 치매(초로기 치매) 빈도수가 늘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조발성 치매 환자군은 60대 초반이 가장 많지만 50대에서도 왕왕 발병한다. 예후는 노인성 치매보다 훨씬 좋지 않다.

 

“노인성 치매의 90% 정도가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조발성 치매는 그 비율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언뜻 치매와 관련 없어 보이는 증상도 많습니다. 성격이 바뀌어 갑자기 화를 잘 낸다거나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요. 생각하는 대로 말이 제대로 안 나오거나 문법에 맞지 않게 말을 하는 언어장애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증상은 조발성 치매의 진단을 늦추는 원인이다. 강 교수는 “성격 변화가 치매와 관련돼 있을 거라 생각하기 어렵고, 우울증·무기력감 관련 약을 먹다가 다른 증상까지 나타난 후에야 뒤늦게 조발성 치매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발성 치매가 더 위험한 이유는 노인성 치매보다 뇌세포 손상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위암도 30대 젊은 나이에 걸리면 예후가 더 안 좋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말을 이었다. “노인성 치매는 진단 후 10년이 지나도 대화를 어느 정도 하고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할 수 있는 반면, 조발성 치매는 진단을 받고 난 뒤 5년이 지나면 보호자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기 진단과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조발성 치매 예방법은 일반 치매와 동일하다. 중년층은 비만도가 높거나 당뇨병 등 대사질환이 있을 경우 노년이 됐을 때 치매를 앓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체중 조절 등에 신경 써야 한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체질량지수(BMI)가 32인 40~60세 중년 5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내장 지방이 두꺼울수록 전두엽 피질 부위에서 더 많은 양의 아밀로이드(치매 유발 단백질)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도를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BMI 32는 고도비만(35 이상)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노년기 때는 오히려 반대다. 저체중보다 ‘건강한 비만’이 치매 예방에 유리하다. 강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진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아밀로이드 축적 위험도를 나타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성 비율은 비만 그룹(37.0%)보다 저체중 그룹(73.9%)에서 높게 나왔다. 치매가 없는 45세 이상 한국인 1,736명을 BMI에 따라 저체중(18.5 미만), 정상, 비만그룹(25 이상)으로 구분한 뒤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진행한 결과다. 강 교수는 “하루에 30분 이상씩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게 좋고, 영어공부나 글쓰기 등 머리 쓰는 활동을 자주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뇌에 켜켜이 쌓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결국 치매로 이어진다. “빵빵했던 축구공이 바람이 빠지면서 쪼글쪼글해지는 것과 비슷해요. 쌓인 아밀로이드를 떼어낸다면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새로운 약물(레켐비)이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치매환자나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 치매 관련 약물은 인지기능이나 기억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잘 작용하도록 도왔다면, 이번 약물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지만 치매 증세가 없거나, 심하지 않은 이들에게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부작용은 발열·두통·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과 뇌출혈·뇌부종 등이다. 강 교수는 “분해한 아밀로이드 조각이 배출될 때 뇌혈관을 쓸고 지나가면서 혈관 자체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심한 뇌출혈은 1,000명당 1명 수준이고 대부분은 무증상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증상 뇌출혈이라도 인지하지 못한 채 약을 계속 복용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여부 판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필요가 있다.

 

투약 방법은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18개월 정도 맞아야 한다. 몸무게 70㎏ 기준 1년에 소요되는 비용은 2,900만 원 안팎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 예정이라 향후 비용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강 교수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4,000명 이상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향설 젊은 연구자 상’을 받기도 한 강 교수는 “환자별 효과·부작용 여부를 예측해 처방하는 항암제처럼 치매 관련 약물치료도 예측 모델을 만들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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