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발언대] 묵은지 고등어조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27 17:46:22

발언대,허종욱,전 한동대 교수,묵은지 고등어조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나는 미국 대학에서 60세에 은퇴하고 한국 한동대학에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1년 동안 학부에서 사회학, 문화인류학, 그리고 국제법률대학원에서 형사 정책(Criminal Justice)을 가르쳤다. 국제법률대학원 졸업생은 미국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유일한 한국 대학원이다.

내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동료 교수나 학생들과 함께 즐겨 찾는 묵은지 고등어조림으로 이름이 난 한 음식점을 자주 찾았다. 2년 쯤 묵은 배추김장김치로 고등어를 조려 요리한 이 음식은 군내가 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국민 생선으로 알려진 고등어는 구이, 무조림, 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 내가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 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군내 나는 특이한 냄새다. 아마 이 냄새는 한국사람 말고는 이해하는 사람이 없으리라. 이 식당주인의 말에 의하면 잘 발효된 김치일수록 고등어조림 맛이 좋다고 했다. 한국 김치의 특징은 누가 뭐라고 해도 그 맛이 어떻게 발효되었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메릴랜드주 엘리콧시티 D 음식점에서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식단에 올렸다. 나는 한국에서의 향수를 살려 이 음식점에 가끔 찾아가 묵은지 고등어 요리를 즐겼다. 그런데 이 음식점의 요리가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는 어쩐지 맛이 덜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인에게 내가 경험한 한국에서의 묵은지 고등어조림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 뒤부터 이 음식점은 발효가 더 잘된 배추김치를 사용하여 한국에서의 맛에 버금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식당 주인이 바뀐 후 한 7년 전부터 이 음식점에서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안타깝게도 식단에서 빼서 마음이 아프다. 나는 이 지역 어느 식당에서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하는 지를 알고 싶다.

지난 19일 메릴랜드 한인 단체들이 하워드카운티 보건국의 김치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하워드카운티 보건국의 과도한 단속과 강한 김치 규제에 대해 메릴랜드 한미연합회(AKUS, 회장 장인훈)가 대책 마련에 나선데 이어 메릴랜드 한인 단체 장들이 컬럼비아 소재 메릴랜드 한인회관에서 공동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다. 참석자들은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안수화 회장과 장마리오 회장을 공동대책준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한다. 이 책임을 맡은 공동위원장이 보건 당국과 대화를 할 때 한국 고유의 발효식품인 김치에 대해 어떻게  해를 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 될 것 같다. 위생당국 담당자나 검사관이 묵은지 고등어조림에서 보여주는 한국 김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일어난 문제일 수 있다.

인내를 갖고 증거로 관계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위생검사 과정에서 김치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배려할 수 있도록 검사 규정을 바꾸어 적용하도록 해야 될 것 같다. 한류 문화가 세계화되고 특히 음식문화 가운데 김치가 한국 음식의 대표로 국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식당 위생검사 과정이 현실에 맞도록 바뀔 것을 확신한다.

<허종욱 전 한동대 교수>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