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막걸리는 언제나 추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21 11:11:04

삶과 생각,폴 김,재미부동산협회 상임이사,막걸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일전에 한국 방문 때 친구들과 강남의 한 막걸리 양조장(Brewery)에서 만남을 가졌다. 매장안 눈에 보이는 곳에서 제조해 바로 내놓은 막걸리는 갓 구워 나온 핫 베이글처럼 그 후레쉬한 맛이 가히 일품이었다. 분위기도 젊은 시절 즐겨찾던 골목길 허름한 선술집과는 달리 대로변 큰 건물에 자리잡고 있으며, 실내장식은 모던하고 화려했다.

막걸리 한 통 가격은 9,000원. 한국내 일반식당이나 주점의 2배 가격이지만 미국에 비한다면 착한 가격이다. 이 술집에서는 주문할 때 1인당 12,000원에 2시간 동안 2병씩 무한대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옵션이 하나 더 있다.

술 좀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웬만한 성인 남자들은 대개 막걸리 1통 이상은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세컨드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구나 내 친구들은 모두 한 때 막걸리 2통을 쏟아 부은 냉면그릇을 원샷했던 추억이 있는 주당들이다.

이젠 나이도 있고 담소나 나누면서 천천히 적당히 마시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간만에 만난 친구들의 호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 주문하자마자 나온 술은 빠르게 잔에 채워지고, 몇 순배 거듭 돌자 어느 순간 자연스레 몇 병을 마셨는지 놓쳐 버릴 지경이었다. 누구 하나 정신줄을 놓지 않고 있었다니 대단한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마지막 1분여를 남겼을 때가 특히 가관이었다. 남은 술을 재빨리 잔에 채우고 서둘러 최후의 2병을 주문했다. 야구로 치면 아슬아슬한 슬라이딩 세이프였고, 미식축구로 치면 따라붙는 수비수를 달고 터치다운을 향해 달리는 미친 질주였다. 그제서야 숨을 고르고 환호하는 관중에게 한 손을 들어 화답하듯 천천히 술잔을 기울이며 자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정된 시간에 무제한의 술을 리필해 마시려 했던 상황이 마치 유한한 삶 속에서 끝없이 욕심을 추구하는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도, 이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날의 객기가 살아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삼일을 시름시름 앓아 누워 있다가 겨우 회복한 몸이었지만 이 정도의 건강이 그저 감사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그 시절을 재현했다는데 한 편으로 기쁘기도 했다. 막걸리는 언제나 추억을 낳는다. 

<폴 김 재미부동산협회 상임이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인생이 다 그런 거지

김 정자(시인 수필가)   건강하고 만사가 편안하게 잘 풀릴 때, 남의 힘든 불행을 엿보며 무심코 내뱉던 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잘 될 거야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

[신앙칼럼] 중독을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붕괴와 고립에서 거룩한 위로로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Blessed Are Those Who Mourn Addiction: From Collapse and Isolation to Divi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사회보장국의 부정급여 방지법(PIIA) 준수 보고서와 우리의 은퇴 방어 전략올바른 자산 및 소득 보고가 은퇴 연금과 복지 혜택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

[추억의 아름다운 시] 길

마종기 시인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아직 믿기지는 않지만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들리냐. 바닷바람을 속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친구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 아래로, 투박해진 손끝으로 지판을 꾹 누르며 애쓰는 친구의 모습이 자못 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최선호 보험전문인 새 자동차를 살 때 딜러에 가면 기본 모델만 살 것인지, 여러 옵션을 추가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옵션을 하나둘 넣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는

[애틀랜타 칼럼] 논쟁에서는 이기는자가 없다

[법률칼럼] ‘신용’보다 ‘신원’…미국 금융심사의 새로운 기준

케빈 김 법무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용점수(Credit Score)였다. 점수가 높고 소득이 안정적이라면 승인

[행복한 아침] 별들의 여름은

김 정자(시인 수필가)   여름 날, 밤이 깊어지면 하늘을 올려다 보던 일이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유년 시절 가족이 모여 저녁밥도 마당 평상에서 먹기도 하고 시원한 수박을 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제250주년을 맞게 된다.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국의 건국이념인 독립선언문의 정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