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정숙희의 시선] 할리웃보울: 김선욱 강주미 최하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31 12:09:04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위원,할리웃보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지난 25일 할리웃보울 콘서트는 ‘올 베토벤 나잇’이었다. 데이빗 로벗슨 지휘의 LA필하모닉이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과 트리플 콘체르토,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그리고 트리플 콘체르토의 협주자들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그리고 첼리스트 최하영이 무대에 오른 특별한 공연이었다.  

삼중협주곡을 뜻하는 ‘트리플 콘체르토’(Triple Concerto)는 베토벤의 중기 걸작 중 하나이지만 자주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다. 하나의 솔로악기가 나서는 보통 협주곡과 달리 3개의 솔로악기가 오케스트라와 협주하는 파격적인 구성인 탓이다. 솔로이스트 3명 사이의 호흡은 물론 이들과 관현악의 균형과 조화도 중요한 것이다. 

공연장 입장에서는 훌륭한 독주자 세 명을 한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세 사람의 합도 좋아야하지만 국제적인 명성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는 탓이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삼중협주곡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첼로협주곡이라고 해도 될 만큼 첼로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언제나 주인공이던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여기서는 첼로를 보조하는 느낌이 강하다보니 무대를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5개와 1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썼지만 첼로 협주곡은 한 곡도 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트리플 콘체르토에서는 3악장 내내 첼로가 중심이 되어 멜로디를 리드해간다.  

LA필이 할리웃보울에서 이 협주곡을 연주한 것은 꼭 10년 전인 2014년 7월이다. 그때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로 장 이브 티보데(피아노)와 르노 카푸송(바이올린), 고티에 카푸송(첼로) 형제가 협연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멋진 공연이었다.  

이날 김선욱·강주미·최하영의 연주는 젊고 다이내믹했다. 김선욱의 피아노가 거의 축이 되어 코리안 트리오를 이끌어갔다. 강주미는 섬세하고 빛나는 음색으로 기품있는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군더더기 없는 연주였다. 

한편 최하영은 기술적으론 나무랄 데 없었으나 혼자 좀 튀는 느낌이었다. 앞서 말했듯 첼로가 중요한 협연인데 너무 힘을 주느라 함께 녹아들어야할 순간들을 흘려보내는 느낌이었다. 셋 중 가장 신인이라 원숙도에서 일체감을 이루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건 실력이나 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말이다.  

최하영(26)은 2011년 브람스 콩쿠르, 2018년 펜데레츠키 콩쿠르, 2022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영재 아티스트다. 어린 나이에 비해 대담한 연주와 테크닉, 무르익은 해석 등 최상의 기량을 뽐내며 클래식계에서 신성으로 떠올랐다. 지난달에는 뉴욕 카네기홀에 독주회로 데뷔했으니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이 기대된다. 

이에 비해 김선욱(36)과 강주미(37)는 K-클래식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한 1980년대 생 출신의 선구적 대표주자들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동혁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신지아 등과 함께 국내외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을 이끌어가는 중간허리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선욱은 조성진 만큼이나 LA필이 자주 초대하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2021년 11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엘비라 마디간’)으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 데뷔했으며, 작년 5월에는 슈만 피아노협주곡의 협연과 함께 실내악 공연에서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내년 6월 디즈니 홀에서 열리는 ‘서울 페스티벌’에도 주요 아티스트의 한 명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성악가 부모 사이에서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과 미국 줄리아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한 재원이다. 화려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바로 지난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할리웃보울 무대에 데뷔했다. 그녀는 최근 몇 년 동안 베토벤 연주에 집중하고 있으며, 김선욱과 함께 유럽과 한국 무대에서 자주 연주하면서 2021년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최정상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 3명이 초대된 특별한 공연이었는데 한인 청중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조성진이나 임윤찬이 왔을 때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다음달 29일 임윤찬이 올 때는 또 얼마나 난리가 날까. 임윤찬은 이날 두다멜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한편 할리웃보울은 올여름 시즌부터 파킹 시스템이 크게 달라졌으므로 유의하는 것이 좋겠다. 기존에 있던 1,700여개 주차자리 중 350개를 없애고 셔틀버스와 공유차량 전용사이트를 만든 것이다. 굳이 자기차를 운전하여 가고 싶다면 티켓 살 때 주차자리도 예약해야한다. 가격이 최저 45달러에서 발레 90달러까지 싸지 않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파크 앤 라이드(Park & Ride)나 보울 셔틀(Bowl Shuttle),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혼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여름 밤마다 이 일대에서 벌어지는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라는 게 LA필의 설명이다. 그래서였는지 25일 공연 끝나고 나올 때 전보다 일찍 빠지긴 했다.  

할리웃보울은 한번 가기가 어렵지, 일단 가서 자리에 앉으면 “아, 정말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미국 최고의 야외공연장이다. 한낮의 더위가 물러난 선선한 바람, 숲 기운의 맑고 싱그러운 공기, 별이 보이는 밤하늘, 격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 여기에 와인 한 잔 곁들인다면 무얼 더 바랄 것인가.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