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가우디의 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3,000여 명이 ‘여행 때문에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등의 팻말을 들고 관광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유명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 중인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며 “집에 가라”고 외쳤고, 관광객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야 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연간 2,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임대료 급등, 소음, 환경 오염 등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수용 범위를 넘어선 관광객으로 현지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이 각국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객은 코로나19 이후 보복여행 수요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인도 등 인구 대국의 경제 성장 등과 맞물려 증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명 관광지를 보유한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시는 올해 성수기 당일치기 관광객을 대상으로 도시 입장료(5유로)를 받고 있다. 일본 교토시는 게이샤를 쫓아다니며 사진촬영을 강요하는 관광객들로 기온 거리의 일부 지구에 한해 출입을 금지하고 벌금을 부과한다. 일본 히메지시는 최근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 입장료를 외국 관광객에 한해 4배 인상하는 ‘이중가격’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종로구가 내년 3월부터 북촌 한옥마을 일부 지구에 대해 오후 5시 이후 관광객 통행을 제한키로 했다.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베네치아시는 도시 입장료 도입에도 관광객이 증가했다. 현지 관광업 종사자의 일자리와 수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차별이 아니냐는 관광객들의 불만도 적지 않아 신중한 접근을 요한다. 이런 가운데 덴마크 코펜하겐시는 쓰레기 줍기, 자전거 이용, 농가 봉사활동 등에 참여한 관광객에게 무료 박물관 투어, 카약 대여, 채식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을 환경 보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발상의 전환에 따른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친환경 관광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다.
<김회경/한국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