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7년 미국 13개 주의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서 의회를 열고 헌법을 제정했다. 이 주들이 미국 성조기의 흰색과 붉은색 줄이 상징하는 ‘건국 13주’다. 당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직후였으므로 최소한의 국가 구성을 위한 7개 조항만 담은 헌법 본문을 우선 발효시켰다. 1791년 이후 시민의 권리와 국가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조항들을 헌법에 추가했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의 수정헌법이다.
현재 수정헌법은 27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수정헌법의 첫 10개 조항은 정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장전’으로도 알려져 있다. 1조는 종교·표현의 자유를 규정했다.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해 개인들의 무기 소지 권리를 보장했다.
미 합중국에서 무기 소지를 시민의 권리 중 두 번째로 꼽은 이유는 역사적·지리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광활한 북미 대륙에서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시민들의 자위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었다. 또 영국의 재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시민들이 언제든 무기를 들고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미국인들에게 총이란 살상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권리와 주권, 영토를 침해하는 제국 등에 맞서기 위한 ‘자유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수정헌법 2조는 도마 위에 오르고는 했다. 미국에서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총기 소지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각 주별로는 총기 규제가 꾸준히 도입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범이 사용한 AR-15계열의 반자동 소총은 대표적인 규제 대상이다. 캘리포니아·뉴욕 등 9개 주는 살상력이 강한 반자동 소총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총기 허용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 대선 주자까지 총기 테러의 피해자가 되면서 총기 규제가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혜진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