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콜롬비아 학원
김성희 부동산

[특파원의 시선] 혁신의 현장에서 ‘의전’ 찾는 사람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18 12:10:35

특파원의 시선,윤민혁,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혁신의 현장에서 의전 찾는 사람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결같다.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9’에서 황 CEO를 마주친 적이 있다.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 재킷을 입고 수행원도 없이 행사장을 오가던 그는 누구든 말을 붙이면 친절히 응대했고 사인과 사진 요청도 흔쾌히 받아주고는 했다.

지금처럼 시가총액 1위를 넘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엔비디아와 황 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 1인자로 테크계에서 존경받고 있었다. 이름 높던 젠슨 황의 ‘동네 아저씨’ 같은 소탈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5년이 지난 현재 엔비디아와 황 CEO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CEO 모두가 황 CEO에게 진심으로 예의 바르게 대하며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올해 GTC와 컴퓨텍스에서 황 CEO는 5년 전 마주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쏟아지는 사인과 사진 요청도 마다하지 않으며 이렇다 할 수행원 군단도 끌고 다니지 않는다. 황 CEO는 최근 최태원 SK 회장과의 만남에도 수행원 없이 홀로 나섰다고 한다. 부·지위와 상관없어 보이는 젠슨 황의 한결같은 태도가 실리콘밸리식 ‘멋’일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한국 정치인, 고위 관료, 대기업 경영진의 방문이 유달리 잦다. 혁신의 심장부에서 미국 정부·기업과 접촉하고 이를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이끌어나간다면 적극 권장할 일이지만 아름다운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구글 본사 임원을 만나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쳤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빈축을 샀다. ‘부산 유튜버 칼부림 사건’ 영상이 뒤늦게 삭제된 데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게 방심위의 해명이다.

류 위원장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며 이를 ‘무용담’처럼 말했다고 한다.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미국에서 이는 폭력에 준하는 행위다. 외교적 문제로 번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규제 기관인 방심위에 ‘을’인 구글코리아가 항의 방문했을 정도니 본사에서 어떻게 봤을지 부끄럽기만 하다.

테크 행사장에서 마주친 일부 정치인들은 기념사진에만 관심 있어 보였다. 수행원이 줄줄이 따라붙어 촬영에만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은 현지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한국 정치인·기업인과 빅테크 임원 회동도 사정을 알고 보면 뜬금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사장(VP)’으로 뭉뚱그려 칭해지는 상대 임원의 실제 업무 분야가 알려진 미팅 목적과 무관할 때가 잦아서다. 취재에 나서면 어김없이 “업무와 관계가 없더라도 직위가 높은 임원을 불러달라고 요구받았다”는 말이 들려온다. 사업 자체보다는 ‘빅테크 고위 임원과의 사진’이 목적인 셈이다.

떠들썩하게 방문할수록 의전 요구가 도를 넘고는 한다. ‘높으신 분’의 기쁨이 커질수록 수행해야 할 직원들은 고통을 받는다. 전문경영인 모시기보다 총수 방문이 더 편하다는 하소연에 헛웃음만 나왔다. 외려 대기업 총수의 일정은 극비 사항이다 보니 일반 직원들은 총수가 실리콘밸리를 찾은지도 모르고 지나갔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자수성가한 실리콘밸리 거두들은 허례허식에는 관심이 없다.

젠슨 황은 아내가 사준 가죽 재킷 차림으로 프랜차이즈 식당 데니스를 찾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흔한 청바지를 입고 회사 앞 단골 빵집에 출몰한다. 보여지는 것 대신 실리를 따지는 문화인 탓이다. 실용적인 문화에서 혁신과 창의가 나온다.

이런 실리콘밸리에서 떠들썩한 의전을 뽐내며 현지 비즈니스를 추진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도 어엿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2030세대는 세계시민을 바라보는데 돈과 지위를 거머쥐고 있는 ‘사회지도층’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부끄러움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젊은이들의 몫이다.

<윤민혁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수필] 상처가 만나 결을 이루면
[수필] 상처가 만나 결을 이루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뒷마당 잡목들을 정리하다가 유난히 둥치 굵은 나무를 발견했다. 소나무와 도토리나무의 연리지였다. 신기했다. 연리작용은 보통 같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실수하기 쉬운 메디케어 가입 실수 5가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실수하기 쉬운 메디케어 가입 실수 5가지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는 은퇴자에게 매우 중요한 보험 제도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가입 시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실수는 단순히 행정적인 착오를 넘

[내 마음의 시] 햄버거와 핫도그
[내 마음의 시] 햄버거와 핫도그

이미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독립기념일이라고 아들 둘이서 분주하다핫도그 햄버거 패디 굽고 온갖 야채 겹겹이 쌓아 접시에 담는다  옆에 감자칩과 피클도 살포시 놓았다 이런 날 축하

[애틀랜타 칼럼]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한다

이용희목사 만일 당신이 부지런 하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게으른 면이 있는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게으르다고 생각되면 그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법률칼럼] 3D 업종 불체자 워크퍼밋,대통령의 이중 메시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미국의 이민 정책은 다시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연설에서 언급

[행복한 아침] 세월 속의 아버지

김 정자(시인 수필가)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 들어서면 아버지 생신을 맞게 된다. 아버지와 영원한 이별을 나눈 지 어언 예순 두 해를 넘겨오면서 해 마다 이방에서 홀로 아

[내 마음의 시] 내 심장의 고동소리!
[내 마음의 시] 내 심장의 고동소리!

효천 윤정오(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바람 가르는 KTX 차창 밖풍요를 알리는 황금 물결 곱게 물들어가는 산야 나란히 가는 경부 고속도로조용히, 서서히심장의 고동소리 들려온다.부강한

[신앙칼럼] 찢겨진 하늘, 하나님의 거룩한 모략(The Torn Heaven, God’s Holy Plan, 막Mk. 1:1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신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의 공생애의 시작은 저자 마가에 의하면 <찢겨진 하늘, 하나님의 거룩한 모략>으로

[시와 수필] ''홈 하스 피스 '' 란 무엇인가(MEDICARE HOSPICE BENEFIT)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울때가

[수필]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수필]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사건의 발단은 주차였다. 매주 화요일 아침 모임이 있는 장소에 도착해보니 파킹장이 텅 비어 있었다. 몇 주 전에 다친 무릎의 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