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이슈] 더 독해질 ‘아메리카 퍼스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15 15:14:50

이슈,정민정,서울경제 국제부장,아메리카 퍼스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지난해 9월 올리버 앤서니라는 무명 가수가 부른 컨트리송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Rich Men North of Richmond·리치먼드 북쪽 부자들)’에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하루 종일 영혼을 팔며 일하고(I’ve been sellin’ my soul, workin’ all day) 형편없는 급여를 받으며 초과 근무했다(Overtime hours for bullshit pay)’는 가사에 담긴 서민의 고단한 삶과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고교 중퇴 뒤 일용직을 전전했다는 앤서니의 절절한 인생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에 올랐다.

‘리치먼드 북쪽’은 미국 워싱턴DC를 지칭한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모여 있다. 4개월 뒤 리치먼드 북쪽 사람들도 변화를 맞는다. 11월 5일 대통령 선거, 6년 임기의 연방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 2년 임기의 연방 하원의원 435석 전원에 대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4년 만에 다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당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참패로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공화당은 최근 보편 관세, 힘을 통한 평화, 국경 봉쇄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집대성한 정강 정책을 공식화했다. 일명 ‘트럼프표 강령’을 관통하는 대원칙은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강령은 “미국의 역사는 미국을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용감한 남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는 ‘미국 예찬’으로 시작한다. 이어 “지금은 심각한 쇠퇴의 길로 접어든 국가”라며 미국을 위태롭게 만든 건 민주당 정권이라고 직격한다. “수십 년간 불공정한 무역 협상과 세계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우리의 일자리와 생계를 해외 입찰자들에게 팔아넘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피즘(Trumpism)’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대선 때보다 “더 국수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미국 중서부·남부 지역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을 트럼피즘의 지지 기반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출구 조사 분석 자료를 보면 트럼프를 선택한 유권자의 평균 소득이 전체 유권자의 평균 소득을 웃돈다. 트럼프 지지 세력이 시골에 사는 저학력 노동자뿐만 아니라 ‘(미국인으로서)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전문직 등 화이트칼라로 확장한 것이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유색인종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히스패닉, 인도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트럼프 지지는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흑인과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도 3분의 1 가까이가 트럼프의 정책을 다양한 이유로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극화가 고착화하면서 빈곤층뿐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중산층까지 트럼피즘으로 흡수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불만이 트럼피즘에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얘기다.

현시점 우세를 점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든, 바이든 대통령이 역전에 성공하든 대한민국이 맞닥뜨릴 현실은 ‘더 세고, 독해진 미국 우선주의’다. ‘하루 종일 영혼을 팔며 일하고, 형편없는 급여를 받으며 초과 근무를 하고 있는’ 서민의 분노에 직면한 리치먼드 북쪽 부자들이 화살을 나라 밖으로 돌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최대인 444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거뒀고, 올 상반기 대미 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통상 압력은 거세지고, 방위비 압박 역시 커질 것이다.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낼 방패를 마련하기에 미 대선까지 남은 4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 

누가 승리하든 우리는 한미 동맹을 전통적인 군사·안보를 넘어 반도체·인공지능(AI)·원전 등을 망라하는 경제 기술 동맹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든·트럼프 후보 측의 모든 채널을 풀가동해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서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민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고, 내 편과 네 편이 있을 수 없다.

<정민정 서울경제 국제부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길가 풀잎위몰래 앉은 새벽 이슬맑은 방울속에가을이 담겨 왔습니다  밤낮도 모르고처량하게 들려 오던매미 노래 여운속에가을이 스며 들었습니다  상큼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신앙칼럼] 기쁨의 모략(Conspiracy Of Joy, 시편Psalm 37: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진정성(Authenticity of God)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 중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의 저변에 무엇이 모략

[한자와 명언]  疑 問(의문)

*의심할 의(疋-14, 4급)*물을 문(口-11, 7급) 의문은 쌓일수록 좋으나, 의심은 그렇지 않다. 의심이 의심을 낳아서 자꾸 쌓이게 되면 계획을 ○치게 된다. 먼저 ‘疑問’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