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멕시코 금융시장은 주가와 페소화 환율이 폭락하는 등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전날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집권 좌파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는 소식에 투자가들이 패닉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셰인바움 후보는 현직 대통령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현금 지원과 주택 건설, 부의 재분배, 매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 급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 안팎에 이르면서 멕시코의 장기 성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88개국에서 주요 선거가 치러지는 ‘수퍼 선거의 해’를 맞아 ‘일렉셔노믹스(electionomics·선거노믹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권이 표심을 잡기 위해 인프라 건설 확대, 보호무역주의 등 선심성 경제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1분기 세계 부채는 315조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선거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 차입은 더 많아지고 재정 규제는 더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보수당 리시 수낵 정부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고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최근 실시된 총선을 앞두고 매년 농민에게 총 12조 원의 현금 지급 등을 공약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정부 부채(D2)가 약 3조 달러나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4월 “미국의 성장은 과잉 지출에 기반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전 세계의 장기 재정 및 금융 안정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일렉셔노믹스는 고금리 지속과 국채 이자 부담 증가,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더불어민주당처럼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총선 청구서를 내밀 때가 아니다. 일렉셔노믹스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재정준칙 등을 통한 엄격한 국가 부채 관리를 해야 할 때다.
<최형욱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