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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5.18의 피 값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5-22 17:22:02

발어대, 차철, 플러튼, 5.18의 피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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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4년 전 LA 한인타운에서 두 번에 걸쳐 광주 5.18 데모를 주관하였고 그 일로 LA타임스에 인터뷰 기사도 났다. 나는 당시의 모든 서류를 광주에 있는 5.18 관계기관에 전달하기 위해 기회를 찾던 중 2014년 11월 광주 5.18기념재단 직원이 관련 서류를 수집하기 위해 LA에 왔다는 연락이 왔다. 그의 이름은 김경택(이하 김)이라고 했다.

당시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김에게 중간지점인 그로버 비치에서 만나자고 했다. 김은 대학원생이라는 젊은 여자와 같이 왔다. 그들은 미국에 3주 일정으로 왔는데 내일 동부로 떠난다며 나와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실내가 넓은 고급 식당으로 안내하고 식사를 대접한 후 보관했던 서류 35점을 전달했다.

그런데 인터뷰하는 김의 태도가 나의 심기를 몹시 불쾌하게 했다. 마치 형사가 죄인을 심문하는 태도같이 느꼈다. 그들이 갖고 온 사진기와 비디오카메라는 방송국에서만 사용하는 대형 최고급 제품이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아, 5.18로 흘린 피의 값으로 이 젊은 남녀는 3 주 동안 미국여행을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김은 동부 도착 후 전화하겠다고 했지만 2주가 지나도 전화 한 통이 없었다. 김이 주고 간 일정표를 보니 내일이 그가 미국을 떠나는 날이어서 내가 전화를 했다. 그는 바빠서 전화를 못 했으니 귀국 후 전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는 애가 타고 배신감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다. 내가 35년이 넘게 가보처럼 귀중하게 여겼던 역사적 자료를 분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6개월 후 나는 고국을 방문하여 5.18 기념재단에 전화했다. 김양래 재단 상임이사에게 나의 서류 건에 대해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김이사는 김경택이란 직원은 이미 사표를 내고 나오지 않으며 내가 보낸 서류건도 전혀 모른다고 했다. 나는 엄청난 충격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만일 서류를 분실한다면 언론에 연락해 귀사의 불성실한 일 처리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여러분은 5.18이 흘린 피의 대가로 거금을 들여서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도 일처리는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힐책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 온 후 김이사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모든 서류를 다 돌려받았다고 했다. 나는 너무도 기뻤다. 수개월 후 김이사와 이기봉 사무처장이 나를 만나기 위해서 LA에 왔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LA로 가서 두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또 나와의 인터뷰 동영상을 찍겠다고 했다. 지난일이 떠올라서 꺼림직 하기는 했지만 인터뷰에 응했다.

헤어지기 직전에 김 이사는 나를 내년 제36주년 기념식에 특별 강사로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비행기 표와 4박5일 일정의 숙박비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력서와 연설 내용을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수락했다. 36년 만에 처음으로 광주 영령 앞에서 예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기대되었다.

광주 5.18 기념재단에 도착했다. 첫날 행사장에 갔을 때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김 이사가 찍었던 나의 인터뷰 동영상이 첫 발길이 시작되는 전시장 벽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증한 35점의 자료가 한 벽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그간 내가 고생했던 보람이 한 순간에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너무도 흐뭇했다.

영령님들 떠나가신 44년 동안 나는 님들을 단 하루도 잊어본 일이 없습니다. 이제 총과 대검이 없는 천국에서 영면하시옵소서.

<차 철 / 플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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