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찬란한 4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19 08:31:54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눈가에 하나씩 늘어나는 주름이 반갑진 않지만 지금이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고, 괜찮다고 우기면서 새록새록 나이를 먹어간다. 기척없이 연둣빛으로 정복 당해버린 대지가 건네주는 평안이 소중한 것임을 깨달음해 가면서 알게 모르게 나이가 들아가나 보다. 연두로 빈틈없이 채워진 4월로 깊숙하게 들어서 버린 봄날 오후 한아한 햇살을 느껴보는 시간이 더 없는 피안이 되어준다. 4월의 찬바람을 가르며 떼를 지어 날아오르는 참새 울음소리가 관현악 소리 같다. 4월은 향기를 앞세우고 돌아왔다.  4월의 찬란한 햇살과 향기로 하여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은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네 마음에도 꽃망울이 열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억 속에 잠겨 있던 그리움이 싹트고 어디에 선가 불어오는 바람에도 4월의 향이 실려오면, 보고싶고 만나보고 싶은 그리움이 고스란히 가슴을 헤집으며 파고든다. 들판에 피어난 꽃들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선명한 화려함이 탐스럽게 달콤함에 젖어 있다. 저렇듯 주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피고 또 진다. 자연 섭리다. 사람도 마찬가지, 천인 천색, 만인 만색이다. 서로의 색깔과 모습을 존중하며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한송이 꽃들이다.

4월 탄생석은 다이아몬드다. 탄생화는 아네모네로 꽃말은 기대로 알려져 있다. 4월로 들어서게 되면 고국에서, 이 땅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4월1일은 모두가 즐기는 만우절로 1564년 프랑스 샤를9세 때 새로 바뀐 달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역사적으로 4월 혁명은 1960년 4월19일 시민, 학생들이 이승만 정부 부정부패와 독재에 항거하여 자유와 평화 구현을 위해 민주항쟁 역사를 후대에 남겼다.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 50분경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한 참사가 발생했다. 탑승자 476명 중 172명이 구조되고 304명이 실종되었다. 사고 후 열 번째 봄인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는 명확한 답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4월 12일에는 구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로서는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비행사로 6번의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같은 날 1845년에 미국 26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고, 1855년 4월 14일은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존 부스가 저격한 날로 역사에 남겨졌다. 1912년 4월 15일에는 타이태닉호 침몰사건이 발생해 1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역사상 치명적인 해양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1775년 4월19일에는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된 날로 1783년 9월 3일에 전쟁이 끝났다, 1789년 4월 30일에 미 합중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식이 있었던 날이다. 1909년4월6일에 로버트 피어리와 매튜 핸슨이 북극을 최초로 탐험 했다. 1724년 4월22일에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태어났고, 1564년 4월23일에는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배우로 당대 최고의 희곡 작가로 칭송을 받았던 셰익스피어가 태어났다. 정치가로 예술가로 한 송이 꽃처럼 피워낸 전설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기억나는 대로 기술해 보았다.

봄날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4월이다. 이제 4월은 급 물살에 실려 여름으로 치닫고 언제 추위가 떠날까 했던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태양은 중천에서 눈부신 햇살을 쏟아내고 있다. 4월에 부는 바람은 설렘보다 우리네를 곤고해질 만큼 삶을 향해 질주하도록 부추기거나, 세상에 떠밀리며 살아가는 일 외에는 아무 것에도 돌아 볼 수 없게 만드는 4월의 바람 이야기가 봄의 미학 속에 숨겨져 있다.

4월은 마치 흑백만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겨울 캔버스 위에 옛 스런 아련함을 불러들이며 서정적인 색을 입혀가는 붓질이 시작되는 달이다. 대지에는 왈츠가 울려 퍼지고 연두로 팽창된 생명력을 향한 경건한 의식을 치르고 있나 보다. 침묵 조차도 데시벨 측정이 가능했던 겨울을 갈아엎고 역동적인 싱싱한 기운이 꿈틀댄다. 대지는 강한 내구력으로 창조 때로부터 변함없는 복원 회복력이 유지되고 있어 우리네 인생 노정이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살아있는 것들의 어미 자리를 지켜내려는 내구성과 지구력을 잃지 않고 있다. 대지의 기운을 감각으로 느낌의 맥으로 받아들이며 땅이 감당해낼 놀라운 솟음을 말 없이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축복의 이룸이다. 생명을 잉태한 만물의 숭고함, 살아있음을 입증하려는 몸부림들의 비장함이 그저 벅차기만 한 찬란한 4월이다.

삶의 고달픔이 있다고 한들, 외로움이 부풀어 간다 한들 시방은 봄이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새싹이 움트고 꽃이란 꽃은 어김 없이 만개하는 감격이  뿌듯하고 버겁다. 4월을 거의 다 보낸 말미 즈음에 다시 돌아올 겨울을 위한 입성과 봄 입성이 옷장 속에서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겨울 옷 정리정돈으로 세탁소에 보낼 것은 세탁소 행으로, 간수해야 하는 분류가 진행 되면서 관리해 왔었는데, 지금의 4월은 예년의 봄 맞이 시기와는 또 다른 스케줄을 만들라 한다.  까닭 없이 바람이 불어대고, 천상 봄 처녀 손짓 같은 봄비가 내리기도 하면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지만 천지는 4월 향기로 가득하다. 내일도 만나야 내일인데 다시 돌아올 4월은 더욱이 기약할 수 없음이라서 4월이 떠나기 전에 무르익은 봄 길을 느릿느릿 느슨하게 걸어본다. 4월에 태어난 아낙은 꽃 내음 같기도 하고 풀 내음 같기도 한 찬란한 4월 향기를 가슴 가득 담고서. 사방을 둘러 보아도 고운 꽃들로 가득한 찬란한 4월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명품인생, 명품신앙(Luxury Life, Luxury Faith, 로마서Romans 12: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지금 조금 힘쓰면 영혼이 큰 평화와 영원한 기쁨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인생을 <명품인생(Luxury Life)>이라 과감하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