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에는 조회 때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에서 2007년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로 문구가 변경되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필자처럼 여전히 외우고 있는 분들이 많다. 우리 모두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에서도 수업 시작 전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한다. ‘나는 미국의 국기에, 그리고 그 국기가 표상하는,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가 함께하고 신(God) 아래 갈라질 수 없는 하나의 국가인 공화국에 대해 충성을 맹세합니다’. 미국의 국기에 대한 맹세는 국적·신분 상관없다. 학교 다니는 학생 모두가 일어서서 낭독을 한다.
습관이 들면 무섭다고, 이렇게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 문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본국에 돌아가도 미국에 친근할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 사회와 조직에서 책임자나 결정권자가 되면 아무래도 미국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워싱턴 지역은 지리적인 특성상 외교관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다. 부동산 일을 하다보니 이런 외교관들을 꽤 자주 만나게 된다. 일본에 파견됐던 한 미국 외교관은 업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올 때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언제든지 일본을 방문하면 무료로 숙박할 수 있는 쿠폰이라고 했다. 당연히 가족여행 등 일본을 자주 방문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친일(?)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한국을 배우겠다고, 또는 돈을 벌겠다고 온 많은 외국인이 있다. 다문화가정도 많다. 이들 역시 본국으로 돌아가면 대한민국을 위한 잠재적인 민간 외교관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 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로리 정/갤럭시 부동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