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주말 에세이] 봄맞이 대청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05 14:46:33

주말 에세이,이보람,수필가,봄맞이 대청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주에는 비가 억수로 내리더니 이번주부터는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새싹들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고 꽃망울이 터지며 향긋한 꽃내음이 거리를 휘감는다. 봄이 왔으니 봄맞이 대청소를 해야겠다.

 무겁고 두꺼운 겨울옷들을 집어넣을 시간이다. 네 식구가 사는 집에 무슨 옷이 이렇게 많은지 옷장에서 옷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은 내 옷이라 더 이상 불평할 수가 없다. 빨아서 넣어야 할 옷들을 한 데 모아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옷들을 차곡차곡 개어 투명 스토리지 케이스에 종류별로 넣는다. 그래야 내용물이 잘 보여 나중에 찾기가 쉽다. 이제 작아진 아이들 옷은 다른 집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겠다. 옷정리를 마치니 다섯 케이스가 나왔다. 각각의 케이스에 드라이어 시트를 한 장씩 넣었다. 옷장 깊숙이 케이스들을 넣고 봄, 여름옷을 꺼내 행거에 건다. 겨우내 칙칙했던 옷장이 금세 화려한 총천연색으로 물든다. 좋아하는 옷들이 나올 때마다 좋은 날에 이 옷을 얼른 입고 나갈 생각에 콧노래가 난다. 

이제 이부자리를 바꿀 차례다. 두꺼운 이불과 전기장판은 집어넣고 조금 가벼운 시트와 이불을 꺼낸다. 새하얀 침구로 교체하니 마음도 묵은 때를 벗고 새하얗게 물드는 듯하다. 

 천으로 된 침대 헤드보드와 식탁 의자가 너무 더러워진 것 같아 포터블 스폿 클리너를 빌려서 찌든 때를 빼본다. 물통에 검정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짜릿하다. 창문을 죄다 열고 때 뺀 헤드보드와 의자를 말린다. 창문 너머로 솔솔바람이 불어와 코끝을 간지럽힌다. 

청소기를 돌리고 오랜만에 구석구석 물걸레질도 마쳤다. 집안 청소는 얼추 끝나간 것 같아 마당으로 나가본다. 마당에 쌓인 먼지를 빗자루로 훔치고 호스를 끌어와 물을 뿌렸다. 온갖 먼지들과 함께 내 마음속 사사로운 고민거리들도 씻겨나가는 듯하다. 화단 여기저기에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봄꽃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완연한 봄이다. 

건조기에 넣어둔 빨래들이 끝났다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바구니 한가득 뽀송뽀송하게 말린 빨래를 다 개고 한숨 돌리고 있자니 깨끗하게 단장한 집안 곳곳이 눈에 들어온다. 봄 햇살이 들어와 반짝이는 마루를 보듬는다. 

얼룩덜룩한 거울들과 유리창들을 뽀득뽀득 닦는다. 아이들이 여기저기 남겨 놓은 손자국들이 귀여워 삐죽삐죽 웃음이 난다. 이렇게 작은 손을 가진 아이들이 이제 커서 유치원에 가고 이제는 제법 대화가 된다. 이 집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앞으로 이곳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무탈하게 커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을 가꾼다.

 마지막으로 부엌 창문을 닦으려니 거미 한 마리가 빼꼼 얼굴을 내민다. 우리 집 꼬마들이 거미를 너무 좋아해서 살려둔 녀석이다. 부엌 창문에 거미줄을 치고는 크게 움직이지 않아 내버려 두었는데 이제는 바깥에 풀어줘야겠다. 조심히 종이컵에 담아 바깥 화단에 풀어 주었다. 

봄맞이 대청소가 끝이 났다.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이다. 거미 친구가 없어진 것을 금방 알아챌 텐데 무어라 말해야 할까. 봄이 와서 꽃놀이를 갔다고 해야겠다. 나도 이제 내 어여쁜 꽃들을 데리러 집을 나서야겠다.   

<이보람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행복한 아침]   안녕 11월이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품고 있는 11월 끝자락이다. 가을이라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어찌 이른 듯, 가을과 겨울이 맞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