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아빠는 다양성(Diversity)이 좋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다양성이야말로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지. 세상에 붉은 빛만 있다면 과연 우리는 빛의 아름다움을 보고 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모든 인류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햄버거만 먹는다면 과연 인류는 문명을 일으키고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가는 곳곳마다 수많은 색의 빛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기에, 가는 곳곳마다 내가 먹던 음식과 전혀 다르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었기에 인류는 끊임없이 움직였고 그로 인한 문명의 발생이 일어났던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원론적인 다양성에 대한 이론 말고 뉴스를 보면 전 세계는 다양성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미국에서 거의 매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과 혐오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러다가 우리 모두 다 한국으로 쫒겨나는거 아닐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한국에 가도 금방 적응해서 살 수 있지만 난 미국에서 태어났고 여기 생활에 익숙한데 한국 가서 살기가 힘들 텐데… SNS에 우리 같은 유색인종 특히 아시안에 대한 차별과 조롱하는 것들이 올라오는데 그런거 볼 때마다 나는 어디서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오늘날 세계의 문명을 이끌어가는 제도는 민주주의다. 인류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금 세기가 가장 발전하고 가장 광범위하게 민주주의가 제도로 작동하고 있다. 금세기 민주주의는 18세기 미국의 건국과 함께 시작되었다. 애초 미국을 건국했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민족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모였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 출신의 일방적 통치가 아닌 다양한 민족과 국가 출신들의 합의에 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에 기반한 민주적 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땅은 넓은데 노동력이 절대 필요했던 미국의 건국자들은 자신들처럼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서 나라를 부강하게 건설하였고, 바로 이 힘이 오늘날 미국 주도의 문명을 만들었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다. 그리고 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리더십에 의해서 운영될 때 강력한 동력이 만들어지고 발전한다.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십은 서로 차별하고 특정 집단만이 순수하다고 주장하면서 소수계를 억압 내지는 축출하려고 한다. 민주주의 제도가 아니었어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들이 더 부강한 제국을 만들고 세상의 문명을 창조해왔다. 반면 다양성을 거부하고 소수계를 탄압하는 나라들은 결국 분열하고 내전이 발생하고 국가가 몰락하였다.
지금은 사라진 나라 유고슬라비아의 운명이 그랬다. 유고 왕국을 멸망시키고 대독 항쟁을 이끌면서 유고슬라비아 민주연방 공화국을 세웠던 요시프 보즈 티토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다민족 다종교 집단의 유고연방은 공산주의 권이었지만 소련과 거리를 두고 비동맹 운동을 주도하면서 서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동구 사회주의권에서 가장 잘 살았다.
그러나 티토 사후 정권 쟁취에 눈먼 민족주의자들이 다양성을 버리고 배타적 민족주의를 선동하면서 참혹한 내전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발칸반도의 대국 유고는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 코소보, 그리고 크로아티아로 모두 소국으로 분열되었다.
2016년 여론조사에서 유고연방의 해체에 후회하는가라는 질문에 분리 독립의 선봉 슬로베니아에서조차 그렇다는 답이 근소하게 더 많았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의 운명을 가를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입장에서 반드시 눈여겨봐야할 점은 누가 오늘날 미국이 있게 한 다양성을 파괴하고 미국을 분열시키는 발언과 정책 그리고 행동을 하는지 잘 보고 선거를 준비해야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