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시론] '오펜하이머의 세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22 11:10:11

시론, 민병임 뉴욕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10일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Oppenheimer)’가 7관왕을 차지했다. 오펜하이머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는 “우리는 원자폭탄을 만든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우리 모두 오펜하이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 영화는 전쟁과 대재앙으로 가득 한 현재를 적절하게 다루고 핵무기의 역사를 깊이 있게 성찰했다는 평을 받는다.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수시로 핵단추를 만지작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자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항상 핵전쟁에 준비돼있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기로 표현되는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해 징벌할 것’이라며 ‘남조선 전 영토 평정준비’를 외쳤다.

미국의 천재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삶을 잠시 돌아보자.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 원자폭탄은 8월6일 히로시마, 8월9일 나가사키에 투하되었고 8월15일 일본은 무조건 항복했다. 덕분에 한반도는 8.15광복을 맞았다. 

그 이전, 1941년 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습격에 분노한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은 ‘12월7일’을 ‘치욕 속에 기억될 날’이라고 언명했고 미국 의회는 일본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였다. 전쟁을 잘 이끌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1945년 4월12일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같은 날 해리 트루먼 부통령이 대통령 직을 이어받았다. 트루먼은 일본의 본토 상륙 시 수많은 미군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며 원자폭탄 사용을 결정했다.

영화에 뉴멕시코 사막에서의 핵실험 장면이 나온다. 거대한 버섯 모양의 불기둥이 12Km 상공까지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상황이 연상된다. 두 번의 폭탄 투하에 약 20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생존자들도 평생 방사능 후유증으로 시달렸다. 피폭자들은 죽은 사람이건 산 사람이건 피부의 껍질이 벗겨져 시커멓게 변했으며 얼굴의 모든 특징이 녹아 없어져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형상이었다고 한다. 

“검게 타죽은 나무 한그루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잔디가 마치 구워놓은 것처럼 붉었다. 더 탈 것 이라고는 없었다. 도시 전체가 지워 없어진 상태였다.” (폭탄 피해상황 보고서 일부)오펜하이머는 일본의 재앙을 보면서 ‘나는 이제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자책하지만 미국은 또 수소폭탄 개발을 하려 든다. 오펜하이머가 반대하자 1954년 공산주의자에게 동조했다면서 오펜하이머를 매카시즘 광풍 속으로 밀어 넣었고 결국 그는 원자력 기밀취급 허가를 박탈당했다.

위스컨신 주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는 국무성이 공산주의자의 소굴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 증거를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마녀사냥 식 공산주의자 색출에 나섰지만 결국 엉터리라는 것이 드러났고 1954년 12월 상원은 그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매카시즘, 이 또한 현재 미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로 볼 때 또 한 차례 광풍을 몰고 올 수 있는 단어다. 극우도 위험하고 극좌도 위험하다. 매카시즘은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이라는 역사를 남겼다. 이후 오펜하이머는 1954년 청문회 이후 68년 만인 2022년 말에야 사면 복권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의 위력을 실감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등의 나라는 수천 개의 핵폭탄을 안고 있다. 이는 전 세계가 언제라도 파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 위험, 핵 군비경쟁 과열, 기후변화 등의 이 시대가 그야말로 ‘오펜하이머의 세상’인 것 같다.

<민병임 뉴욕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