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나의 생각] 닫힌 벽과 열린 벽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22 11:15:09

나의 생각,윤영순,메릴랜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최근에 이사한 곳은 55세 이상이 거주하는 주택단지이다. 언덕위에 대단지를 조성하면서 몇 겹으로 돌아가며 마치 달팽이가 속살을 감싸 안은 형태로 길가 양 옆으로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빌라, 콘도가 줄지어있고 잔디밭 정원이 소담스럽게 꾸며져있어 눈길을 끈다. 평소 주택지만큼은 조용한 곳을 선호해왔던 터라, 이사한 후 지내고보니 온통 주위가 적막감에 쌓여있는 분위기여서 적응하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사하기 전에 가볍고 깨어지기 쉬운 가재도구들을 미리 옮겨놓기 위해 이 곳을 들락거리다 우연히 이 단지에 거주하는 한인 부부를 만났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다가와 이 지역에서는 각 가정의 ‘프라이버시’를 극히 중요시한다는 충고 같은 언질을 준다.

그리고 보니 이곳은 비교적 세련되고 아늑한 분위기여서 중상층의 노인들이 젊은 시절 부지런히 재산을 축적한 탓인지 노년 생활을 여유롭게 조용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한인부부가 전하는 ‘충고’가 이웃 간에 “벽을 두고 살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며칠 전 남편이 아래층에서 쿵쾅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내려갔다가 모처럼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는지 한참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아래층에 거주하는 80세가 넘어 보이는 노인과의 대화가 재미있어 길어졌다는 것이다. 

메릴랜드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는 그 노인은 신의 존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끝없이 늘어놓았단다. 신의 존재는 머리로는 설명될 수 없고, 가슴으로만 느껴질 뿐이라는 그 노인은 서양장기를 같이 뜨자며 자신의 집은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자기 집에서 토론을 해보자고 했단다. 아마도 남편이 아시안이란 호기심과 같은 또래이고 서로 대화하는 중에 마음이 상통했던 모양이다. 벽을 쌓아두고 사는 곳이란 한국인 부부의 생각과 대조되는 팔순 백인 노인의 생활 태도이다.

<윤영순/메릴랜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