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새만금, 그 뜬금없는 이야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20 14:39:34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새만금…’이라니 뜬금없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이야기인데 해 넘긴 지난 일을 새삼-. 

계기는 우연히 TV 한국뉴스에서 본 국무회의 장면이었다. 언뜻 한 장관의 모습이 비쳤다. 그 대회 준비 책임자, 아직 국무회의에 자리가 있구나. 그러고 보니 그 낯 뜨거웠던 부실의 책임을 누가 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듯 하다. 

LA한인들의 체험기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록에 한 조각을 더하기 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 LA 1.5세 한인 의사의 새만금 참가 소감은 이 말로 요약된다.

어릴 때 한국서 스카우트를 했다는 그는 대회 관계자의 요청으로 대회를 도우러 나갔다. 항공료 등 개인경비와 대회 참가비 등 수 천달러를 들여 나간 자원봉사였다. 새만금에는 병원 하나와 진료소 5개가 들어 섰다. 응급 전문의인 그에게 클리닉 하나를 맡아 달라고 했다. 대회 사흘 전 진료소에 갔다. 덩그러니 텐트 하나만 쳐져 있었다. 

전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한 켠에 물품이 쌓여 있었다. 그 때부터 공무원 서 너 명과 진료소 벽을 세우고 했으나 폭염에 질렸는지 이들은 슬금슬금 사라졌다. 다음 날 스카우트 대원들과 칸막이도 치고 겨우 클리닉 꼴을 갖췄다. 

첫날부터 온열 환자가 쏟아졌다. 치료에 필수인 링거도 없었다. 급한 대로 게토레이드를 사서 먹였다. 진료소에서 화장실까지 100미터. 뙤약볕에 주사 바늘을 꽂은 채 화장실 갔던 환자가 오다가 또 쓰러져 들 것을 들고 뛰어야 했다. 나중에 에어컨이 들어왔으나 아파트에서나 쓸 용량. 진료소 안이 더 찜통이었다. 

대회본부의 병원도 마찬가지. 개막일부터 전쟁터였다. 밀려드는 환자를 다 수용할 수 없었다. 다음 행사를 위해 준비된 피로연 장 테이블에 줄줄이 누웠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지원 나왔던 군의관 등은 슬그머니 없어졌다. “한국 군대 많이 좋아졌더라고요.” 그는 미군 군의관 출신이다.

일방 통행인 도로는 좁은 데다 걷는 사람까지 몰려 차 반, 사람 반- 구급차 운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밥 먹으러 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만원 버스를 보내고 기다리다 보니 그랬다. 걷는 게 빨랐다. 식당까지는 걸어서 30분. 

“어쩌면 그렇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그는 당시 사진들을 보여 주며 혀를 찼다. 난리가 나자 대형 병원 의료진이 급히 투입됐다. 태풍으로 철수할 무렵, 공급되지 않아 쟁탈전이 벌어졌던 약품에다 게토레이드도 산처럼 쌓였다. 너무 늦었다. 

‘나는 새만금에서 살아 남았다’는 티셔츠를 입은 외국 대원도 보였다. 마지막 행사장에서였다. 좋은 시간은 대회 후 서울에 나와 보냈다. 봉사 왔던 한국과 외국 의료진 등을 두루 만나 보냈던 교유의 시간은 특별했다. 대회장에서 스카우트들끼리 나눴어야 했을 시간이었다. 

LA와 오렌지카운티의 10대 한인 대원 20여명을 인솔해 대회를 다녀온 한인 2세 스카우트 리더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이게 뭐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2세 대원들과 함께 자주 한국을 찾았던 그였다. 설악산 등에서 열렸던 여러 스카우트 야영대회에 참가해 왔다. 세계 대회라기에 기대가 컸는데 “충격이었다”고 한다.

캠프장에서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악취 나는 진흙탕 위에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세웠다. 음식은 배가 고플 정도로 부실했다. 화장실이 안 보였다.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다가 지쳤다. 다행히 한인 대원들은 평소 특수부대로 불릴 정도로 강한 훈련으로 단련돼 잘 견뎠다. 

조기 철수는 크게 아쉬웠다. 각국 대원들과 어울릴 기회를 날렸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 다시 한국에 갈 계획이다. 전처럼 해병대 캠프 참가와 뿌리 교육을 위해.

“누가 죽지 않아 다행.” LA의 새만금 참가자가 전하는 이야기다.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와는 이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모두 ‘세계적 일’이 됐다. 

새만금에서는 156개 국, 3만6,000여 명이 이를 겪었다. 이태원 희생자 중에 26명은 외국인이었다. 일이 터지면 책임은 피하고, 진상은 숨기고, 파장은 줄이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면 국격이 의심받는다. 일 처리들이 그랬다.

이태원은 나라 밖에서도 아직 진행중인 일이다. 여기 이야기가 채 한국에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따름. 대학생 자녀를 이태원에서 잃은 미국 한 아버지는 ‘서울에 간다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가지 않는다’ 했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한 남가주의 한인 다큐 감독은 외국인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를 담은 다큐를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인 희생자에게는 운구비, 장례비에 위로금도 전달했다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황폐함은 참전 군인에게만 엄습하는 것이 아니다. 참사 후 가족의 정상생활이 멈춰 섰다는 가정도 있다. 뭘 얼마나, 어떻게 줬다는 이야기인지 몰라도 그런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책임져야 할 공직자들이 껌딱지처럼 자리에 눌러 붙어 있는 모습은 비루하다.

한국 정부는 턱없이 완강할 때가 많아 보인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데 안 부려도 될 억지가 많다는 것이다. 

해병 장병 순직사건도 그렇다. 오만해서 그런지, 뭘 몰라 그런지, 아니면 무슨 강박증이 있는 건지. 동네축구 하듯 뻥뻥 똥볼을 차 대는 모습이 안타깝다.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7] 어머님이 동사라면

신은철 (상략)어머님 일생몸의 시간은 매일매일 반복된 시계 시간이었지만맘의 시간은 순간마다 새로운 삶의 시간,아침에 묻는 말씀 “오늘은 무엇을 배우지?”저녁에 묻는 말씀“오늘 배운

[행복한 아침]   남기고 싶은, 남겨야 할

김 정자(시인 수필가)       부지불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 버리고 마지막 달 12월 앞에 섰다. 마지막이란 말 앞에 서게 되면 언제든 숙연해 진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행복한 아침]   안녕 11월이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품고 있는 11월 끝자락이다. 가을이라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어찌 이른 듯, 가을과 겨울이 맞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