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전문인
같은 조건이라면 보험료는 되도록 적게 내는 것이 상책이다. 15분을 들이면 15%까지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자동차 보험회사도 있다. 대개 이 광고대로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료를 절약하게 되는 수도 있다. 하여간, 보험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샤핑해보는 것이 좋다.
‘차저렴’씨는 보험료가 비싼 것 같아 여러 군데 샤핑해 보니, 상당히 저렴한 보험회사가 있어 자동차보험을 다른 보험회사로 옮겼다. 일주일 후인 4월 1일에 시작하는 것으로 하고 지금까지 들어있던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3월 31일 자로 취소했다. 3월 31일에 현재의 보험을 끝내고 4월1일 새 보험회사에서 새로운 보험을 시작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여겨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하필 3월31일에 대형 사고를 내고 자동차가 전파(Total Damage)되었다. ‘차저렴’씨는 다른 보험회사로 옮긴 후라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보험회사에 클레임 요청을 했더니 전혀 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험이 3월 31일 자로 취소되어 그날 일어난 사고는 커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월 1일에 시작하는 새로운 보험도 물론 ‘차저렴’씨의 사고를 커버해 주지 않는다. 사고가 3월 31일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차저렴’씨 나름대로 혼자 판단, 결정하고 확인하지 않아 생긴 크나큰 실수인 것이다.
그렇다. 보험 가입 기간은 일반인들의 상식과 조금 다르게 표기되고 계산되는 부분이 있어 오해가 있기도 한다. 보험의 시작과 끝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거의 모든 보험의 가입 기간은 효력발생일의 새벽 영(12:00)시에 시작하고 만료일의 새벽 영시에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취소하는 경우에도 같은 식으로 계산된다. 취소하는 날의 새벽 영시에 취소되는 것이다. 이것이 계산상으로도 정확하기도 하고 얼핏 보면 지극히 당연해서 혼동을 일으킬 일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실제로는 꽤 큰 혼동을 불러오기도 한다.
보험증권(Policy)에 적혀 있는 보험기간을 자세히 보면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일 년이 가입 기간인 보험의 경우, 모든 보험증권에는 April 1, 2021-April 1, 2022 식으로 표기되어 있다. 얼핏 보아서는 2021년 4월1일부터 보험이 시작되어 2022년 4월1일까지 보험이 효력이 있다고 하는 것이므로 365일이 아닌 366일을 커버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확하게 365일만 커버해 준다. 2022년 4월1일 새벽 영시에 보험이 만료되므로 그 만료일 2022년 4월1일은 보험 커버리지가 없는 날이다. 그렇다.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보험회사가 하루를 통째로 양보해 줄 리가 없지 않은가?
‘차저렴’씨 경우처럼 보험회사를 옮기면서 만료일 다음 날 (위의 예에서 4월2일)로 새 보험을 시작해 달라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만일 고객의 요구대로 만료일 다음 날로 개시일을 맞추면 전번 보험의 보험만료일 (4월1일) 하루동안은 보험 커버리지가 전혀 없게 된다. 취소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차저렴’씨의 케이스 처럼 3월 31일 자로 보험을 취소하고 새 보험을 4월1일로 시작하면 3월31일 하루 동안은 보험 커버리지가 없는 셈이다. 공교롭게 3월 31일에 사고가 나면 ‘차저렴’씨 처럼 몇 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하자면 ‘차저렴’씨는 4월 1일로 취소해달라고 해야 한다.
하루 동안 커버리지가 없어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할 수 없겠으나, 사고는 꼭 이런 날에 일어난다는 게 보험의 징크스이다. 보험을 다른 회사로 옮길 때 만료일과 개시일을 잘 따져서 큰 낭패를 겪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최선호 보험 제공 770-234-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