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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한인 차세대 정체성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02 08:35:12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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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체감온도가 차갑 긴 했지만 햇살이 화창한 아침, 산책길에서 였다. 한국에서 방문 오신  할아버지께서 손자 손녀와 함께 공원 나들이를 나오신 길이었다. 공원 파빌리온에 마주 앉아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아이들은 노인네들과는 아예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눈치다. 손주들과 할아버지와는 대화는 고사하고 소통에도 못 미치고 있는 듯 보였지만 한국에서 방문 오신 할아버지께서는 한국 사람을 만난 기쁨이 역력해 보이셨다. 입을 다물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국학교에 다니느냐는 질문을 하자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서로 앞다투어 한글을 쓸 줄도 안다고 자랑을 한다. ‘Great Wonderful’ 을 연발하며 멋지고, 훌륭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참 장하고 신나는 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인이 인정한 우리 한글을 미국에서 태어났는데도 읽고 쓸 수 있다는 자부심을 한껏 고취시켜 주었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 빛, 활달한 모습을 보며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정체성 확립에 1세들이 얼마나 영향력에 관여하고 있으며 향후의 내 조국과 태어난 나라에 대한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해 나갈지가 무거운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이미 다민족 사회로 진입하면서 다민족 문화가 펼쳐지고 있는 시점이라 한인 사회도 미국이란 거대하고 다양한 흐름에 소수 계라는 소극적 자세는 지양해야 할 것이요 또한 적기라 생각된다.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정체성을 한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이끌어 내려는 적극적인 관점 전환과 노력과 자세가 절실한 것은 1세부터 먼저 개념 인식이 올바르게 자리 잡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 역할이 차세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할 뿐 아니라 특단의 대책을 논제로 떠올리고 있는지 조차도 의문이다. 한인 커뮤니티 존재감을 과연 차세대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든든한 보루가 있다는 자부심으로 저들에게 참으로 인지되고 있을까. 저들이 겪어왔고 겪어 가야할  좌절과 고민, 희망이 무엇인지 관심은 있는 것일까. 2세들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 국내 한인들의 정치적 사회적 권익을 위해 몇몇 분 외에 얼마나 긴요하고 절실한 태도로 앞장서고 있는지 궁금 무지다. 공원에서 만난 아이들과 잠시 옆 테이블로 옮겨 마음을 나누어 보기로 했다. 

 

부모들을 향한 바램으로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고 싶어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나쁜 친구 사귀지 말고, TV나 휴대폰을 멀리하고. 공부에 집중하라는 훈시는 제발 그만해주었으면 좋겠단다. 워낙 바쁘게 살아가야하는 1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아이들은 하루 중 짧은 시간 만나게 되는 부모님 들로부터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힘들게 하는 친구는 없는지, 힘든 과목은 없는지, 우리 언제쯤 가족 여행을 떠날까 라든지. 언제쯤 우리 함께 외식해볼까 라든지, 아이들의 희망 사항은 단순하고 아이다운 소소한 요구사항들이었다. 훈시는 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등교하는 시간부터 미국사회에 동화 되어야 하고 이미 형성된 새로운 문화에 익숙하게 들어서야 한다. 아이들은 너무 빠르게 격변하고 있는 세대 변화에 적응하려 힘쓰고 있다. 

미국이란 거대한 사회에서 고유한 민족 정체성을 지켜내야 하는 일은 먼저 민족 긍지와 자존적 규모나 범위 안에서 스스로의 품격을 높이고 지켜내려는 의지와 연결된다. 뿌리를 알고 정체성을 갖추고 당당하게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도록 그 터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한국어 교육은 정체성을 길러 주고 그 유용성이 차츰 쌓여가면서 갖추어지는 과정과 밀접하다 할 수 있겠다. 이미 재외동포청이 출범하면서 해외동포 차세대 정체성 함양을 위한 첫 지원사업을 한국어 교육으로 택했다. 언어 교육을 통해 조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내에 한인사회가 조성되고 한국학교들이 세워진 곳이라면 더 늦기 전에 정책 실행 차원으로 정체성 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져 나가기를 기대 해본다. 

 

또한 대다수 한인 부모들은 미국식 애정 표현을 외면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고 싶어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것 없이 대화로 풀어 가기를 원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구체적이요 적극적으로 따뜻한 손길을 구애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아야할 일이다. 부모님의 애정 표현만이 아이들의 자존 감과 정체성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1세들의 문화적 이해가 먼저 솔선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의 자존 감이 대체 무엇인지.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한 필수적인 덕목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사랑의 농도와 표현방법, 표현 시기, 표현이 필요한 장소에 까지 마음을 써 주었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현명한 칭찬,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칭찬, 지혜로운 충고의 방법 들에도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님 삶을 그대로 배우고 부모가 지켜내고 있는 자존 감과 정체성 기본 라인까지도 닮아간다. 부모 자리에서 발휘해야 할 삶과 생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힘들고 어려운 숙제를 부여 받은 한인 1세들이 삶이 버겁고 이방인으로 살아가야할 길이 멀고 아득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인내로 우리 다시 힘을 합쳐 보아야할 때이다. 내 아이들, 우리 차세대들의 영원한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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