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전문가 에세이] 이름이 문제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01 13:08:26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내 이름은 두 번 바뀌었다. 교수가 한글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니셜 K가 그냥 미국이름 케이가 되었다. 또 한 번은 결혼과 더불어 성이 달라졌다. 이름이 바뀌니 누가 맘먹고 내 흑역사를 수색해봤자 헛수고다. 난 이제 딴 사람이다. 한국에서 저지른 나쁜 일이 있어도 정말 아무도 나를 찾아내지 못하려나? 이름을 뭐라고 불러주는가에 따라 언제 적에 만난 사이인가를 가늠한다. 

여학생 시절엔 내 이름이 싫었었다. 남자 이름 같아서. 학교에서 ‘씩씩한 국군 장병 아저씨께’ 라는 위문편지를 의무적으로 써야했던 시절. 담임선생님은 나를 불러, 마감 날짜까지 안 써온 급우들 이름으로 여러 통의 대리 편지를 쓰게 했다. 한 달 쯤 지나면 친구들 앞으로 답장이 날아오는데 정작 내 앞으론 오는 게 없다니! 그게 다 남자 이름 때문에 ‘국군 장병 아저씨’의 관심을 끌지 못했으리라는 게 내가 내게 주는 위로이다. 

세월이 흘러 미국에서 나를 ‘케이’로 아는 남자와 결혼했다. 얼마 후 임신 소식을 알리자 한국에서 아기다리 고기다리 하시던 시댁에서 아기 이름을 지어 보내셨다. “사랑하는 며늘 아가! 임신을 하였다니 대견하구나. 광산 김씨 가문을 이어갈 손주 이름을 지어 보내니 부디 건강 잘 보살피고 태교에 힘 쓰거라.” 앞에 ‘용’자가 들어가도록 항렬 돌림자를 따라 지어진 이름을 보는 순간 헉! 나는 좌절했다. “사내를 낳으면 용만이, 여아이면 용녀라 하거라.” 

영어나 한글처럼 소리글자가 아니라 한자에서 가져온 뜻글자의 용만이, 용녀! 참 좋은 의미인건 알겠는데요~~ 어머니임~~ 근데 그게요~~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렐 영화나 소설 주인공 이름을 기대했다면 그건 물거품. MZ 세대에 태어나는 아이에게 붙여주기엔 뭐랄까…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효자 남편을 꼬드겨 결국 다른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하느라, 나는 죄송하게도 못된 며느리 역할을 하였다. 미국 땅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니 한국 이름을 쓸 일은 잘 없지만 뜻글자의 깊은 의미를 모르는데도, 나중에 알게 된 애들 역시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이름은 인간 주체성의 첫 단계다. 정신분석학자 자끄 라깡 식으로 말하자면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고 따른다는 것은 주체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성격심리학자들은 ‘일생 동안 자기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자기 이름’이라고 단언한다. 가끔 자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아이라면 “싫어! 줄리는 이거 안 할거야!” 해도 아직 개인 분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아동기 귀여움으로 들어줄 수 있지만, 어른이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일은 심리 성격적 이슈를 돌아보게 한다. 

트럼프는 자주 자신을 3인칭으로 불렀다. “트럼프는 외교문제에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지도자이지!” 심리학자들은 성인기 3인칭 화법에 대해 ‘자신을 실제보다 거창하게 여기고 과장된 자아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미성숙하고 위험한 성격’으로 풀이한다. 반면 운동선수나 무대 공연자들이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이는 긴장 순간, 자신과 일정한 간격을 두면서 객관화를 통해 자기 통제감을 높이는 기술이다. “헤이, 케빈 듀란트! 케빈은 할 수 있어!” NBA 최고 선수의 독백은 긍정적 불안해소 방식이기도 하다.  

자기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심리적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왠지 어감이 안 좋은 이름, 유행에 뒤떨어진 이름, 남자/여자 같은 이름, 희대의 흉악범과 같은 이름…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자존감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게 성격심리학자들의 이론이다. 지금 한국일보를 읽고 계신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7월 10일부터 시행되는 USCIS의 신청서 형식 심사 강화, 작은 실수가 신청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신앙칼럼] 예수 그리스도의 신 출애굽기(The New Exodus of Jesus Christ, 이사야Isaiah 40: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 사랑의 완결판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뜻하는 최고의 언어는 ‘헤세드(인애)’이며, 이 헤세드의 정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난 6월 25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6, 25 한국 전쟁 76주년 추념(모) 행사가 있었다. 주체는 애틀랜타 한인회 유진철 회장과 예비역 기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여성의 긴 노후, 쇼셜시큐리티를 더 깊이 알아야 합니다오래 사는 삶일수록 기록과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3월 23일 / 자료 출처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느 날 예고 없이 태어나 예고 없이 떠나는 것이 생명체들의 숙명이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잘

[내 마음의 시] 장미국수버섯

배형준 시인(소들녘  대표)                                                    찜통 더위에는시원한 국수만 한 것이 없지삼 십여 년 냉면사리

[수필]  찌그러진 소묘
[수필] 찌그러진 소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데생 클래스에서 강사님이 회원들에게 그림 한 장을 들어 보여주었다. 전 권사님이 그려낸 핸드 그라인더 소묘였다. 그 그림은 한마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진다. 새 자동차를 사서 차고를 나오는 순간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텔레비전, 냉장고, 가구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2032년, 정말 쇼셜시큐리티가 사라질까요?2026 신탁기금 보고서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짜 메시지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6월: 자료 출처: 2026 So

[애틀랜타 칼럼] 관심의 힘

이용희 목사 세상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본성이 상대방 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