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애틀랜타 거주)
1984년 겨울에 결성된 한국의 락(rock) 밴드인 들국화의 리드 보컬로 락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가수 전인권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다. 그후 들국화는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 사랑한 후에 등등의 히트곡을 연속 출시하면서 전국민의 사랑을 흠뻑 받아왔다. 전인권의 독보적인 음색은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절규하는 듯한 특유의 창법과 한계를 모르고 올라가는 폭넓은 음역대로 인해서 감성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청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매력에 있다. 그런데 이런 독특한 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 계기는 전인권이 판소리를 하는 명창을 따라다니며 열심히 배웠고 또 그 배운 것을 가지고 수년간 산에 올라가서 대 자연 속에서 마음껏 소리지르며 자기 나름대로 맞춤형 창법을 여러모로 시도해보았다고 하는데 그것이 락의 보컬 스타일과 결합되어 자신만의 유니크한 창법을 창안했다고 한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를 들을 때면 나는 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 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겠지” 라는 내 나름대로의 의식화된 믿음이 안식처가 되어서 지금의 나를 지켜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의 마디마디에 수많은 굴곡과 실패의 쓰라림과 좌절 인종차별로 인한 상처 그리고 고난과 불행 배신감 절망감과 분노 또는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하고 병마와의 투쟁 등등의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때는 도대체 왜 인간은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고통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 하는 부질없는 하소연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어느 날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또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느 날 저 세상으로 가야만 하는 존재이기에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다는 신경과학자들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아포리아와 맞닥뜨릴때 마다 나는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겠지” 라고 하면서 자신을 달래고 위로하며 살아왔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노래의 가사와 같이 우리 인생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고 마냥 때가 올 때 만을 기다린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다는 말이다. 고통이란 말은 이미 고통이 끝난다는 걸 전제로 할 때만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불행이란 행복이란 상황을 이미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즐겁다고 하루 종일 웃고 있으면 아마 모든 사람들은 그를 미친놈이라고 부를 것이다. 슬프고 원통하다고 하루 종일 울고불고 실의에 빠져 있으면 결국 자신의 건강을 해쳐서 건강도 잃고 물질적인 손실도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잠시 철학적인 사고를 좀 시도해보려고 한다. 서양의 대표적인 고전인 플라톤의 향연에 버금가는 동양 최고의 고전인 노자의 도덕경 58장에는 다음과 같은 심오한 말이 있다. 화혜복지소의(禍兮福之所倚), 복혜화지소복(福兮禍之所伏). 해석은 다음과 같다. 화(禍)라는 것은 사실 복(福)이 일시적으로 의지하는 곳이며, 복(福)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화(禍)가 잠복하고 있는 곳이다. 즉 우리네 인생에는 두 요소가 늘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천재 철학자였던 장자는 내다보았던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런 인간 내면의 양면성을 성찰하면서 기쁘다고 너무 기뻐하질 말며 또 슬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중용 혹은 중도의 마음가짐을 가르쳤다. 그러나 서양의 물질만능적 사고에 압도당해서 어느새 우리만의 아름다운 덕성을 모두 망각하고 아쉽게도 서양의 무자비한 물질만능적 사고에 압도당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장자는 소요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한 마리 있는데 곤(鯤)이라고 한다. 곤이 바뀌게 되어 새가 되었다. 그 이름은 붕(鵬)이라고 한다. 그 날개가 수천리라서 하늘에 구름같이 드리워진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남녘바다로 날아간다. 여기서 붕은 인간의 확장된 의식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라고 하며 또 해방된 자유를 의미한다고 한다. 한 생각을 바꿔 먹으면 이 세상이 모두 내 의지의 반영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몸은 마음이 주인이다. 그래서 일체유심조라 하지 않던가? 청룡의 새해 아침에 애틀랜타 한인들의 가정에도 많은 행운이 깃들기를 빈다. 그리고 세상사를 살아가는데 왠지 전인권의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를 제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