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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세밑 풍경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22 08:54:5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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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송년을 앞둔 며칠 사이에 완연한 겨울로 바뀌어버린 것 같다. 그런대로 빈 가지에 매달린 체 남아있던 잎새들을 가랑잎으로 떠나보낸 나 목들이 저물어가는 한 해를 덧없이 바라 보고 있다. 세밑이 되면 진부하지만 한해를 돌아보게 된다. 가까운 분들이 천국 이사를 하셨고, 수첩에 이름은 남겨져 있지만 연락이 두절되신 분들에게는 연하장도 보낼 수 없는 막막함을 맛보게 된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베풂을 힘입으며 보냈다. 받은 도움과 따뜻한 마음의 위로를 그 보답으로 일일이 분량 만큼의 사은은 힘든 것 같다. 송구영신 앞에 선 심정을 가까운 친구에게 토로했더니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세상 살이라 한다. 위로와 도움을 주었던 분들도 아마 누군가로부터 베풂을 입게 된 사은의 마음으로 나누어 준 것일 수도 있으매 사은의 되돌림을 굳이 양과 시기를 논하기 보다 주변으로 눈을 돌리며 필요한 분들에게 나누는 것으로 생각이 안착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서로 주고 받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주거나 슬픔을 나누며 서로를 다독이는 일들은 카드 정산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서 어떤 부피의 도움과 위로를 굳이 더 큰 부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구태여 부피에 연연하지 않으며 더 간절하고 소중한 마음을 담은 따스한 말 한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되고 표현 못할 경지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노라면 보내는 이나 받는 이나 마음은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인생을 흔히들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때로는 말과 말의 강박에 둘러싸이며 선입견이나 편견에 몰두 됨을 피하기 위해 자기와 싸워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럴 때 마다 마치 자신이 세상의 부조리를 껴안은 대상인 것 같은 모순에 직면하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누를 끼치게 되고 자신을 학대하게되는 지경에 놓임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안타까운 추론에서 끝맺음 명제에 이르고 만다. ‘자신을 학대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온통 착하게만 살아 가려다 보면 세상 잣대에 휘둘리기도 하거니와, 세상 기준에는 이를 수 없는 것이 세상살이라서 세상을 맑게 흘러가도록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인 것을’. 한 해의 마지막을 개운하게 마무리 하는 일도, 노년의 발자국을 점검하는 일도 모두 미숙아처럼 기준미달 임을 자책만 할 것이 아닌 것은 주어진 한계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며 자신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보듬어 주며 사랑받아도 마땅하다고 부추겨 줄줄 알아야 한다고 소리치고 싶은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알아야 주변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 눈길이 갈 것이요 아무리 작은 신음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소외되고 부족하고 외롭다고, 멈칫거리며 물러서는 일에 익숙해져서도 아니될 일이다. 묵은해에 봉착했던 이 어려움들을 풀어내서 흘러 보내버리고 어딘가에 스스로 내 자리를 만들어 갈 용기를 수습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즈음 같은 흐린 날씨 가운데서도 세상 한가운데를 비집고 들어설 수 있는 용기 충천을 도모하며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존재로서의 가능성까지 인정해주며 나를 세워나가는 새해맞이가 되기를 기대 해보기로 했다. 평생을 두고 새해를 맞고 사계절을 맞으며 떠나 보냈다. 모진 추위가 지나가면 봄이 가까워 지겠지만 자연은 우리 곁에서 생의 본질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소리 만으로도 희망과 생동하는 용기를 나누어 준다. 노상 앞서 가는 것 같은 문명이 가져다 준 번거로움에서 잠시 비켜나서 마음을 비워내고 자연 본연의 순리를 배워나갈 일이다. 기약할 수 없고 불확실한 내일이지만 주어진 날들을 감사와 보람으로 채워간다면 분명 새해는 열릴 것이고 다시금 눈부신 아침이 밝아올 것이다. 오늘 중천에 떠있는 해와 내일 아침에 떠오르는 해와는 별다른 구별이 없다. 여전히 변함없이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인류가 묵은 해와 새해로 구분지으며 각자 품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거기에 특별한 소원까지 묶어서 시간적 가치와 의의를 일임하기도 한다.

2023년이 저문다. 새로움을 맞이하는 과정도 유난스럽지 않으려 한다. 내일도 어제와 같은 오늘이다. 한 해를 지나오면서 바라보았던 치열했던 세상을 잊지 않으며.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기를 기도드리게 될 것이다. 묵은 해를 지평선 너머로 보내는 전대미문의 시간 위에 서 있다. 

부디 가족과 함께 하시는 자리 마다 기뻤던 일들을 떠올리며 유대의 힘을 뭉치는 계기로 삼으시며, 소원하시는 모든 일들 위에 기쁨과 행복이 요동치는 일들로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평안 넘치는 후회 없는 따뜻한 세밑 풍경이 마련 되시길 빌어 드립니다. 세밑에 부쳐드리는 전령의 새 소식으로 하여 가정마다 밝고 힘찬 새해가 열려지는 풍경을 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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