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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펜타닐의 정치경제학

| 외부 칼럼 | 2023-11-27 17:12:52

특파원 칼럼, 김흥록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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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미국의 주요 골칫거리 중 하나다. 미국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에 따르면 중독성 약물로 인한 미국 내 사망 건수는 2021년 10만 7,000건에 이른다. 그 중의 70%가 펜타닐 때문이다. 한창 미국을 끌고 가야 할 18~49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이다. 이런 추세는 심해지고 있다. 약물 복용에 따른 사망 건수는 2001년 2만 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년 만에 5배 늘어났다. 특히 2019년에서 2021년까지 2년 새 증가율은 94%, 즉 두 배다.

형사 사건도 이 정도로 만연하면 경제 문제가 된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2020년 기준 약물 과다로 인한 경제 손실이 1조 5,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우리 돈으로 2,000조 원에 가깝다. 지난해 미국 상품과 서비스 무역 적자가 9,481억 달러이니 미국의 한 해 무역 적자보다 약물 문제로 인한 경제 손실 규모가 더 크다.

미국 내에서는 펜타닐 등 마약 중독과 노동시장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올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약물 오남용 문제가 남성 노동력 참여율 감소의 43%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5명 중 1명은 건설업이나 식당 분야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누그러진 후 인력 채용이 가장 어려웠던 업종들이다.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일할 사람이 모자라다는 점이다. 채용을 위해 월급을 올려줘야 하니 그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이 판매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펜타닐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니 마약 문제는 미국 물가 상승과도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미국 정부는 해독제 보급이나 재활 예산 확대 등 펜타닐에 대응한 각종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기대만큼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다. 이에 미국은 이제 중국(원료)에서 멕시코(제조)를 거쳐 미국(판매)으로 이어지는 펜타닐의 제조 유통 경로를 겨냥하고 있다. 펜타닐 문제가 외교 영역까지 확장된 셈이다.

펜타닐 문제는 지난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됐다. 미국은 대만 문제나 반도체 문제에서 큰 양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펜타닐 정책에 공조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뉴욕타임스는 “펜타닐 문제는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만약 미국 내 펜타닐 문제가 확산된 것과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과연 경제적 손실이 무역적자 규모 이상으로 불어나도 이를 버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관련 외국에 별 양보 없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국은 약물 중독으로 경제 체력이 약해져도 기축 국가 특유의 금융 시스템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세계의 수요가 뒷받침하니 재정 투입을 늘려 사회경제적 약점을 가릴 수 있는 여력이 크다. 펜타닐이 물가 상승을 촉진하더라도 강달러로 수입 물가를 어느 정도 낮추는 게 가능하다. 우리는 아니다. 마약 문제로 인한 무역적자와 노동력 상실, 경제 손실이 겹칠 때 이를 저절로 상쇄할 수 있는 도구가 우리는 없다.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마찬가지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마약 확산세도 우려스러울 정도다.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저렴하고 구하기 쉽다는 점을 들어 이미 마약 근절을 위한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도 마약 수사 예산은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약 수사보다 더 예산 편성이 시급한 분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마약 분야 예산이 시급해진다면 그때는 정말로 손쓸 수 없이 늦어진 것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펜타닐과 같은 마약 문제는 싹이 틀 기미가 보일 때 고강도로 대응해야 한다. 경제 문제, 외교 과제로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김흥록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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