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천국 샌프란시스코의 가을하늘, 구름 한 점이 없다. 산책길 바닷가, 햇빛을 듬뿍 안은 따뜻한 모래를 밟으며 바닷가를 걷는다. 파도소리, 물새소리, 맨발에 느껴지는 모래의 감촉…. 일상에서 쌓인 긴장이 풀어진다. 자연은 언제나 어머니의 품같이 아늑하다.
자연이 좋아 산골로 간 어느 젊은 부부, 우연히 미니다큐에서 이 부부의 산골생활을 보게 되었다.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많은 공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갓 30이 된 아내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했었고, 30대 초반의 남편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30명이 넘는 직원들을 둔 젊은 창업인이었다.
앞날이 창창했을 이 부부는 돈에 대한 욕심과 좋은 직장에 대한 미련도 모두 놓아버리고 산골생활을 선택했다. 이들도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숨차게 달렸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도 없이,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포기해서 얻어질 보이지 않는 미래의 그 무엇을 위한 삶은 지치고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쫓기듯 바쁜 하루를 보내고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며 파김치가 될 때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꼭 이래야만 하나’라고 스스로의 삶을 성찰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위도 둘러보며 하루하루 행복을 일궈나가고 싶었고, 미래의 무엇을 위해서가 아닌, 지금 이순간의 삶에 충실하고 싶었다 한다.
많은 이들이 걸어가는 넓은 길보다 스스로 밟아 만들어가는 길을 선택한 젊은 부부의 얼굴은 해맑았고 행복해 보였다. 문명의 이기가 별로 없는 불편한 생활에서 텃밭을 일구고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통해 많은 부분을 자급자족해 살아간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그들은 행복해 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문득 오래전 감명깊게 읽었던 “월든”이 떠오른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1817년 태어나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인 성공에만 관심을 갖는 세상에서 소로우는 부와 명예를 좇지 않고 월든 호숫가 숲속에 들어가 농사짓고 살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숲속생활의 경험을 쓴 “월든”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줬고 지금도 깨우침을 주고 있다.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것은 한 세상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자기 주도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값지리라 생각된다. 자신의 삶의 길을 용감하게 개척해가는 이 젊은 부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백인경 / 버클리 문학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