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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고독의 계절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21 14:48:54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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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수 낙엽 떨어지고 서늘한 바람 불면 불현듯 찾아드는 불청객이 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허허로움, 가슴에 구멍 하나 뚫린 듯 텅 빈 공허함 - 바로 고독감이다.

가을은 흔히 고독의 계절이라고 한다. 고독은 주관적인 감정이어서 사람에 따라 즐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홀로 있음을 즐기며 독서삼매경에 빠지기도 하고, 코트 깃 세우고 낙엽 떨어지는 거리를 오래도록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가을이 선사하는 독특한 낭만을 즐기는 법이다.

반면 혼자라는 느낌이 엄습하면서 영혼이 옥죄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때 고독은 병이 된다. 우울증은 물론 치매, 심장질환, 뇌졸중, 조기사망 위험들을 두루 높인다니 이보다 심각하게 건강을 해치는 요인도 드물다.

고독감이 얼마나 해로운지는 여러 연구결과 확인 되었다. 고독감은 매일 담배 12개비씩 피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나쁘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고독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 미국에서 18세 이상 성인 중 4명에 한명, 혹은 조사에 따라서는 두명 중 한명이 종종 혹은 항상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미국에서 고독감은 유행병 수준이라고 비벡 머피 공중보건 위생국장은 경고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야 정서적으로 편안한 존재이다. 원시시대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택한 생존방식이 유전자에 각인된 결과이다. 거대한 동물들 득실거리는 환경에서 몸집 작은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동굴 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같이 사냥하고 맹수의 공격에 같이 맞서며 살아남았다. 행여 사냥 갔다가 일행과 떨어져 낙오자가 되면 바로 생명이 위협받았다. ‘혼자’는 ‘위험’의 다른 말이었다. 

외로움 혹은 고독감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 그러니 “위험하다, 누군가와 함께하라”는 경고 시그널이다. 그런데 이런 신호에 제때 반응하지 않으면 뇌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면서 실제보다 더 많이 고독하고 더 많이 외로운 느낌이 들게 된다고 한다. 혼자 있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몸이 경고음을 보내는 것이다. 지속적 고독감은 과도한 경계심, 편집증, 망상, 기억력과 인지기능 감퇴를 초래하고 타인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을 키운다고 한다. 한마디로 삶이 황폐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독이라는 병에 가장 취약한 사람은 누구일까. 연령별로 노년층, 성별로 남성이다.

최근 애리조나 대학 심리학과 연구진이 성격 연구 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혼자 있다고 모두가 고독한 건 아니다. 매일 혼자 있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75%가 되지 않는 한 고립이 고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고독감은 나이와도 상관이 있다. 40.5세 이하 성인들의 경우 고립과 고독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 반면 68세 이상 노년층은 혼자 있으면 바로 고독감이 찾아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은 항상 소셜미디어로 교류를 하니 혼자 있어도 고립된 게 아닌 반면 노년층은 혼자 있으면 정말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아울러 은퇴를 하고 나면 정기적으로 남들과 어울릴 공간과 기회가 사라지면서 고독감이 높아진다. 은퇴자들 중에서도 남성이 더욱 고립되고 고독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가족친지들이 함께 어울려 한해의 삶을 축하하고 마무리하는 계절이 시작된다. 흥겨운 연말에 홀로 있으면 고독감은 더욱 깊어지는 법. 전화 한통,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고독을 녹여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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