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 상은 매년 미국에서 출판된 가장 뛰어난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상이다. 칼데콧 수상작들의 경향을 파악해보는 것은 각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상을 엿볼 수도 있기에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들을 살펴보면 전체 수상작의 3분의2는 상상의 세계를 다루었고, 나머지 3분의 1은 사실에 근거했거나 사실주의적인 작품들이다.
2020년대 들어서 최근 3년간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그동안 아동문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아시안, 미 원주민, 흑인들의 이야기가 칼데콧 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점점 더 세계화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소수민족에 관한 작품에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간되는 아동 도서의 50%에서 등장인물이 백인이었고 27%는 동물, 아프리칸 아메리칸 10%, 아시안 7%, 라틴계 5%, 미 원주민 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인구센서스에서 백인은 전체의 75.8%를, 아시안은 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를 볼 때 백인이 가장 많이 아동 도서에 등장하는 이유는 백인 인구가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아시안은 아동 도서에서도 자주 눈에 띄지 않는다. 아시안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시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동도서가 늘어나야한다.
다른 소수 민족의 경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은 흑인의 위상이 조금 향상되었지만,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로는 흑인을 비롯하여 유색 인종을 바라보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2020년 5월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살인사건으로 미국은 아직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20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규정한 직후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미국 같은 다문화 사회에서 아동도서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은 책, TV, 학교, 이웃 등을 통해 사회를 접하게 된다. 만일 미국 아이들이 아시안 주인공이 나오는 책을 본 적이 없다면 현실에서 아시안을 만났을 때 그들은 자신과 다른 얼굴과 생김새를 가진 아시안들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을까? 어린 독자들이 자신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책을 통해서 자기와 다른 인종, 다른 문화의 등장인물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류가 아닌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계 아이들은 자기와 같은 모습과 문화를 가진 등장인물을 접하면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미국의 아동 도서에서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아시안, 라틴계, 미 원주민, 흑인 등의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다문화 도서의 출판과 보급이 시급하다.
또한 다문화 그림책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부모, 교사, 사서, 사서교사가 자녀에게, 또는 학생에게 자주 읽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다문화에 관한 관용을 배운 학생들이 자라 다문화 포용성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며, 그런 어른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다문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포용력이 넓고 상생이 가능한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송온경 도서 미디어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