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발언대] 다문화 그림책의 출판과 보급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15 17:55:45

발언대, 송온경 도서 미디어 전문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칼데콧 상은 매년 미국에서 출판된 가장 뛰어난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상이다. 칼데콧 수상작들의 경향을 파악해보는 것은 각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상을 엿볼 수도 있기에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들을 살펴보면 전체 수상작의 3분의2는 상상의 세계를 다루었고, 나머지 3분의 1은 사실에 근거했거나 사실주의적인 작품들이다.

2020년대 들어서 최근 3년간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그동안 아동문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아시안, 미 원주민, 흑인들의 이야기가 칼데콧 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점점 더 세계화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소수민족에 관한 작품에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간되는 아동 도서의 50%에서 등장인물이 백인이었고 27%는 동물, 아프리칸 아메리칸 10%, 아시안 7%, 라틴계 5%, 미 원주민 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인구센서스에서 백인은 전체의 75.8%를, 아시안은 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를 볼 때 백인이 가장 많이 아동 도서에 등장하는 이유는 백인 인구가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아시안은 아동 도서에서도 자주 눈에 띄지 않는다. 아시안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시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동도서가 늘어나야한다.

다른 소수 민족의 경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은 흑인의 위상이 조금 향상되었지만,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로는 흑인을 비롯하여 유색 인종을 바라보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2020년 5월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살인사건으로 미국은 아직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20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규정한 직후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미국 같은 다문화 사회에서 아동도서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은 책, TV, 학교, 이웃 등을 통해 사회를 접하게 된다. 만일 미국 아이들이 아시안 주인공이 나오는 책을 본 적이 없다면 현실에서 아시안을 만났을 때 그들은 자신과 다른 얼굴과 생김새를 가진 아시안들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을까? 어린 독자들이 자신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책을 통해서 자기와 다른 인종, 다른 문화의 등장인물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류가 아닌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계 아이들은 자기와 같은 모습과 문화를 가진 등장인물을 접하면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미국의 아동 도서에서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아시안, 라틴계, 미 원주민, 흑인 등의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다문화 도서의 출판과 보급이 시급하다.

또한 다문화 그림책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부모, 교사, 사서, 사서교사가 자녀에게, 또는 학생에게 자주 읽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다문화에 관한 관용을 배운 학생들이 자라 다문화 포용성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며, 그런 어른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다문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포용력이 넓고 상생이 가능한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송온경 도서 미디어 전문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