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단상] 빨래를 빨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07 14:06:45

단상, 한연성,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나는 교복을 입었던 세대다. 매주 토요일 수업(그 땐 토요일에도 수업이 있었다.)을 마치고 집에 오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실내화와 교복을 빨고 교복에 달린 흰색 칼라를 빨아 풀을 먹이는 것이 주말의 일 중에 하나였다.

다행히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와 조금 시스템이 자유로운 학교를 다녀서 목 언저리에 다는 칼라 대신 블라우스를 입었고 일요일 오후엔 블라우스를 다려서 걸어놓고 월요일을 기다리곤 했다. 교회 갈 때도 교복을 입었으니 사복은 그리 많지 않아 교복 블라우스를 제외한 사복은 한 달에 한번 빨래를 하곤 했다.

우리 엄마의 지론은 “자기 옷은 자기가 알아서 빨고 다려서 입기”라 우리 자매들은 각자의 옷가지를 정리했었다. 한 달에 한번 청바지를 비롯한 사복 빨래도 우리 집에는 세탁기가 없어 한옥집 마당에 아예 빨래판과 빨래대야가 비치되어 있었고 동생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빨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손으로 빨래를 하자니 겨울엔 손이 시려서 고무장갑 안에 털장갑을 끼고 투덜대던 생각도 난다.

마당의 빨랫줄에 한달 치의 빨래를 널고 나면 중요한 일을 마친 후의 그 뿌듯한 자부심에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발전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오후 5시경엔 발전소의 공기를 빼는 시간이라 검은 미세한 검댕이가 날아다니며 빨래에 묻어 다시 빨아야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5시 전에 모든 빨래에 관한 일을 마쳐야했다. 여름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야겠기에 고생하여 널은 빨래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외출도 조심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경에 아버지의 가장 큰 선물 중에 하나인 수동식 세탁기. 한쪽은 빨래를 돌리고 다른 한쪽은 탈수기능이 있었던 두 칸으로 만들어진 세탁기. 우선 내가 손으로 빨래를 비비지 않으니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고 게다가 탈수의 혁명은 가히 인간이 달을 다녀온 그 느낌에 비교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불 빨래를 하려면 온통 마당에 양동이부터 모두 모아 발로 밟고 짜고, 털고 그리고 함께 접었다.

오늘 퇴근 후 빨래를 돌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어릴 적 그 때를 생각하니 현대 문명의 축복이 실감난다. 부모세대에 “우리는 전쟁 후 어렵게 살았다. 너희는 고생을 몰라서 투정이다.”라는 잔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던 기억도 있다.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 우리는 세기를 뛰어넘는 첨단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젠 배움의 목표가 공부보다는 인간성을 가르쳐야할 때이니 말이다.

<한연성/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7월 10일부터 시행되는 USCIS의 신청서 형식 심사 강화, 작은 실수가 신청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신앙칼럼] 예수 그리스도의 신 출애굽기(The New Exodus of Jesus Christ, 이사야Isaiah 40: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 사랑의 완결판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뜻하는 최고의 언어는 ‘헤세드(인애)’이며, 이 헤세드의 정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난 6월 25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6, 25 한국 전쟁 76주년 추념(모) 행사가 있었다. 주체는 애틀랜타 한인회 유진철 회장과 예비역 기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여성의 긴 노후, 쇼셜시큐리티를 더 깊이 알아야 합니다오래 사는 삶일수록 기록과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3월 23일 / 자료 출처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느 날 예고 없이 태어나 예고 없이 떠나는 것이 생명체들의 숙명이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잘

[내 마음의 시] 장미국수버섯

배형준 시인(소들녘  대표)                                                    찜통 더위에는시원한 국수만 한 것이 없지삼 십여 년 냉면사리

[수필]  찌그러진 소묘
[수필] 찌그러진 소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데생 클래스에서 강사님이 회원들에게 그림 한 장을 들어 보여주었다. 전 권사님이 그려낸 핸드 그라인더 소묘였다. 그 그림은 한마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진다. 새 자동차를 사서 차고를 나오는 순간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텔레비전, 냉장고, 가구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2032년, 정말 쇼셜시큐리티가 사라질까요?2026 신탁기금 보고서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짜 메시지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6월: 자료 출처: 2026 So

[애틀랜타 칼럼] 관심의 힘

이용희 목사 세상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본성이 상대방 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