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LA시 의회가 2023년 10월 9일을 기점으로 매년 10월 9일을 ‘한글의 날’로 지정했다. LA시의회의 존 이 시의원(12지구)의 결의안 발의로 하여 한국어가 LA시에서 통용되는 언어의 하나로 공식 인정을 받게 되면서 해마다 한글의 날을 기념하게 된 것이다. 한류문화를 통해 한글과 한국어에도 세계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사회 외에 다른 커뮤니티와의 이해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의 반영 측면에서 보면 분명 한글이 전세계로부터 인정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류 열풍이 K-팝, K-드라마, 방탄 소년단, 오징어 게임에 태권도에 이르기까지의 그간 쌓아온 이미지로 하여 지금은 어디서든 인종 구분 없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는 쉽게 들어오는 터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한글 사용 인구가 15위권에 진입했으며 세종학당 또한 전 세계에 260여 군데로 진출해 있으며 한글을 제 2외국어로 사용하는 나라가 18개국으로 한글 학교가 전세계에 약 1800 개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유엔 공식언어로도 한글을 쓰자는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으론 태국에서 개최된 문자 올림픽 대회에서 세계 27개국 문자를 분석 검토한 결과 1위로 한글의 소리 문자, 2위로 인도의 텔루구어 문자, 3위로 알파벳이 선정된 소식도 겸한다. 훈민정음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지정받으면서 1990년부터 문맹퇴치에 공이 큰 사람으로 ‘세종대왕 문해 상’ ‘ KING SE JONG LITERACY PRIZE’ 상을 수여하고 있다.
한글의 날이 지정되기에 앞서 10월 5일에 LA 시티 칼리지에서 세종대왕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미국 대학 캠퍼스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이 설치된 일은 최초로 시행된 일이며, 10여년 전부터 한국학 강좌가 개설되었고 현재 한국어 수강자가 천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가 세계 중심에 서기에는 아직 갈 길은 첩첩 산중이다. 가까운 아시아권 언어인 중국어나 일본어 보다 아직 위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고교 교육 과정 중 AP 클래스 포함 여부가 미비한 상태이다. 중국어나 일본어는 아미 2003년도에 AP과목에 포함되었지만 우리 한국어는 계속 좌절을 겪고 있다. AP과목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동기부여와 국가적 대책 마련이 미미한 수준일 뿐 아니라 한국어 교과목 확대에도 추진력 부족이 여실하다.
현지 한인사회 역량만으로는 한계점을 거듭 실감하고 있기에 자국 정부 전략과 체계적지원이 극히 절실하고 간절한 기점 임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이민자의 부모님들은 이미 한국학교를 통해 한글과 한국어를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가정에서는 한국말을 잊지 않도록 일기를 쓰게 하고 가족 대화도 한국말로 소통하려고 노력 하고 있는 모습들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가슴이 뭉클해질 만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어 교육이 한민족 정체성을 지켜내는 덕목으로 삼아왔는데 이즈음에 이르러서는 고국의 국제적 위상에 따라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야할 우리 후손들이 영어와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따른 스펙으로 작용하게 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한글 가치가 갈수록 상승 일로 치닫고 있기에 우리말 한국어를 잘하면 사회 진출에도 그만큼 유리한 보탬을 얻을 수 있는 필요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재외 한인으로 살아오면서 모국어로 써왔던 고운말들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싶은데 그 지정이 점점 엷어져 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모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들이 변질되고 있음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할 것인지 철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인다.
굳이 이유 없는 필요성에 의해 억지스레 만들어진 신조어 사용을 되레 자랑스럽다는 듯 거들먹대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TV 마저 꺼버릴 때도 있다. 이방에 버려져 모국과 격세지감 착각이 일만큼 뒤쳐진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근본 없는 불순물이 마구잡이로 섞여버린 야릇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가치관 난립으로 한 순간에 허물어져가는 우리말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한다면 자국민의 정신세계에 까지 막대한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체감으로 자숙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근본 정신과는 무관한 기본 바탕이 소실되어 버린 조악한 말들이 난무하고 아름답고 순수해야 할 언어 환경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음을 한국 정부는 무심코 보고만 있는 걸까. 허물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바로 세우는 데는 몇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심지어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국적 불명의 외래어와 범벅시켜버린 무차별 신조어를 아무런 거름망 없이 솔선수범하 듯 언론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더욱이 심각하다. 한글이 추하게 망가지는 소리가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국에까지 요란하게 전해지고 있다. 수많은 한글학자들이 일제 강점기를 겪어오면서도 우리말을 보존하고 지켜내기에 헌신해 오신 이유는 말이란 단순히 생각과 의사를 소통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겨레의 얼과 넋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정신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망가진 언어를 사용하면 민족 정신이 허물어지는 일들을 역사가 익히 역설해 주고 있다. 많은 이민자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한글을 잊지 않도록 한글 교육에 힘쓰신 분들께서는 민족 자긍심으로 우리말을 간직해 오며 보호해 오신 역할을 해오셨다고 믿는다.
우리말 보존을 위해 한글 위상을 지켜 내시려 여러모로 견지하며 옹호해오신 우리말 문화재나 다름없으신 한글 지킴이 모든 분들께 힘찬 박수 갈채를 보내드립니다. 세계 속에서 우리 한글 위상의 빛남이 얼마나 장하고 뿌듯한 지요.
우리 한글이 세계 구석구석으로 빠르게 안착되어 자랑스러운 한글의 빛남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일에 함께 마음이 모아지기를 소망 드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