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수시로 크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생일과 각종 기념일,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따뜻한 말과 함께 의미 있는 선물을 챙긴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뇌물수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이는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심리상태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은 탓도 있다.
일반적으로 선물은 어떤 대가 없이 주고받는 것이고, 뇌물은 대가를 바라거나 전제하면서 주고받는 것으로 정의한다.
프랑스의 인류사회학자 마르셀 모스는 저서 ‘증여론’(1925)에서 “선물 교환은 인간관계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면서 경제와 사회구조를 작동시키고 그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하면서도 “선물은 항상 그에 상응하는 답례의 선물을 기대한다. 하물며 신에게조차도 뭘 얻기를 원해 제물을 바치고 기도하니, 그럴 바에는 제물도 바치지 않고 기도도 하지 않는게 좋다”면서 선물은 언제든 뇌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영국의 기업윤리연구소(IBE)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받고 나서 잠을 편히 잘 수 있으면 선물이고, 찜찜해서 잠을 못 이루면 뇌물이다.
둘째, 떳떳이 외부에 공개할 수 있으면 선물이고, 감추고 싶으면 뇌물이다.
셋째, 그 자리 또는 직위를 바꾸어도 받을 수 있으면 선물이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받는 것은 뇌물이다.
선물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호의에 ‘봉사’가 있다.
진정한 봉사는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사업이나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여 시간과 노동력을 기꺼이 바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대가성 선물은 꼭 집어서 뇌물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는데, 대가를 원하거나 심지어 보상을 요구하는 봉사를 지칭하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굳이 이름을 지어 붙이면 ‘가짜 봉사’라 폄하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순수한 선물 또는 봉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는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마음과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분에 넘치는 선물이나 본인의 역량을 넘어선 봉사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폴 김 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